김희주는 부모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고 기억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항상 김희주를 안고 다녔기 때문에 6세까지 계단을 밟아본 적이 거의 없고, 18세까지 자신이 운동 화 끈을 매거나 책가방을 들어본 기억이 없으며, 25살이 되어서 처음으로 버스와 지하철 을 타보았다. 김희주가 운전하는 것을 그녀의 부모는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28세가 되 었을 때 운전하기 시작했다. 부모가 반대하는 일은 한 것은 김희주에게 이때가 처음이었 고, 책에서 읽은 성취감이라는 것이 이런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가족은 여전히 김희주가 먹을 수 없는 음식과 만지면 안 되는 물건을 구분해 놓는다. 예를 들어 그녀가 먹을 스프 안에 생선 가시가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는지 정확하 게 확인되지 않았거나, 새로 산 가구에 그녀의 피부가 긁힐만한 부분이 없는지 검증되지 않은 경우이다.
김희주는 자주 넘어지기도 하고 살짝만 부딪혀도 “심하게 멍이 들거나 피부가 찢어져 피가 나곤”했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우리가 다 알아서 해 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김희주는 그녀의 어린 시절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진공상태” 같은 삶이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일 상이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 때면 수영장에서 배영으로 떠다니면서 풀장 벽에 머리를 박아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