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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으로부터의 보호 2

김희주의 인생에 대한 계획은 주로 어른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모든 결정은 그녀의 안전한 삶을 위한 것이었지만 대부분 김희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졌다. 다음은 김 희주의 결혼에 대해 가족이 대화하는 모습과 자신의 생각을 일기장에 적어놓은 글이다.


아빠: 미국에서 오는 대로 희주를 결혼시켜야겠어요.

엄마: 나이 차이가 좀 있어야 예쁨도 받고 챙겨주고 그러지 않을까요.

외할아버지: 우리 병원은 희주 남편 주기로 한 거니까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외할머니: 매일 밖에서 아픈 사람들만 보다가 집에 와도 아프다고 하면 우리 희주 구박 받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아빠: 바쁜 의사보다는 한의사가 낫지 않을까요. 보약도 지어먹이고 하면 몸 보호도 되고. 엄마: 기본적인 것은 어떻게 해서든 내가 가르쳐서 보낼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 희주가 

살림을 할 수 없다는 확답은 꼭 받아야 해요.

언니: 방학 때마다 한국 와서 요리학원 같은 데 다녀야 할 것 같은데. 뭘 알아야 시키기 라도 하지. 희주 저러면 도우미 아주머니한테 잡아먹히고 말거야.

김희주: 인도인 의사선생님이 아시아 여자들이 하는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마루 닦는 것, 그런 일들은 가능하면 하지 말라고 하던데.

언니: 희주야 한국 남자 만나서 한국에서 살고 싶으면 그런 말은 아무한테도 하지 마. 김희주: 그럼 거짓말하는 거잖아.

사촌오빠: 그런 너 구박하지 말고 조용히 데리고 살라고 우리가 병원 주는 거잖아. 너랑 어떻게 같이 사냐. 실수로 소리라도 질러서 너 또 무섭다고 울기라도 하면. 할 아버지가 수술하다 칼 들고 와서 그 자식 죽이고 말지. 청담동 살인사건 난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서 계속 눈을 깜빡거렸다. 왜냐하면 나는 서 로 같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사람이고, 아픈 나를 데리고 살아줄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 어쩌면 진실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베를린에 나를 보낼 때 “희주야, 너 혼자 가서 살 수 있겠니?”라고 물었던 것처럼 “희주야, 시집가서 살 수 있겠

니?”라고 물어봤다. 나는 사실 엄마에게 이건 정말 나한테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한 번도 가족들이 나를 부끄러워한다거나 숨기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 이 없었는데 엄마, 아빠가 혹시 나를 치워버리고 싶은 건가라고 잠깐 생각했다. 나는 그때 알칸사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있었고 엄마에게 힘들다고 심리 상담 같은 것을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정신과 기록이 남으면 결혼을 못 한다고 했고 언니에 게 나를 데리고 꽃꽂이를 배우러 다니라고 했다. 엄마는 나에게 예쁜 것을 보면 기분이 곧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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