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주는 모든 치료 과정 속에서 몸의 주인이 자신이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 모든 의 료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어린 김희주의 감정과 마음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녀의 의견을 묻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중요한 상황에 대해서도 정보 를 제공받지 못했다. 장애인은 성적 정체성과 자아존중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적 폭력 이외에 여러 종류의 학대를 병원에서 경험하고 있으며, 의료관계자들은 이것이 학대 라고 인식조차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Finger, 1994). 자신의 몸으로부터 소외되는 과정에 서 느끼는 불안은 특히 여자 아이였던 김희주를 저항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의료 활동과 의료진(특히, 남자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만들었다.
10학년 때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수술을 받으러 입원했다. 수술받기 전날에 엄마가 병실을 잠깐 비워서 침대에 혼자 누워있었다. 여러 명의 구둣발 소리가 들 리더니 흰 가운을 입은 3명의 의사들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그 의사들을 보자 마자 울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은 내 환자복 단추를 열고 수술 위치를 확인한다고 내 왼 쪽 갈비뼈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 중에 가장 나이 많아 보이는 의사가 우는 나에게 말했 다. 너 이렇게 나를 볼 때마다 울면 나도 기분 나쁘다.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내가 너 죽이냐? 그리고는 자기들끼리 잘못 확인하면 내일 교수님한테 혼날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나를 못 움직이게 잡으라고 했다. 나는 그 사람들이 내 갈비뼈 개수를 세면서 누를 때 정 말 아팠다. 그리고 나는 이미 15살이었고 그래서 아저씨들이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옷 을 벗기고 내 몸을 만지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나는 그 의사가 화가 나서 나를 더 아프게하거나, 혼이 날 것 같아서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던 그 의사는 일 을 끝내고 나서, 아프다고 오냐오냐 키워서 애가 이 지경이라고 말하고 나갔다. 나는 내 몸이 장난감 인형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