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주는 담당 의사로부터 몸이 어떤지에 관해 질문을 받은 기억은 없으며 언제나 그 녀의 어머니에게 “아이가 잘 지냈나요?”라고 자신에 대해 알아보았다고 한다. 김희주는 자신의 질병과 상태에 관해 담당 의사에게 물어 보았지만 의사는 가치 없는 질문인 것처 럼 어린 김희주 얼굴을 그냥 빤히 쳐다보거나, 옆에 서 있던 흰 가운을 입은 다른 사람들 로부터 “질문 하지 마라”라고 저지당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특정한 현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켜 나가는 과정이다(Smith, 1983). 따라서 의료 과정에서 김 희주의 의견이나 질문이 배제되는 것은 자신의 몸에 대해 다른 사람이 일방적인 지시와 결정을 내리는 것을 당연한 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자신의 몸으로부터의 소외는 의료관계에서 약자의 자리에 위치한, 여자이고 환자인 김희주의 두려움을 담보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병원에 가면 언제나 사람들이 내 몸을 마음대로 만지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싫은 티를 내면 그 사람들이 더 나를 아프게 하거나 무서운 얼굴로 소리를 지르 고 나에게 화를 낼까봐 나는 언제나 가만히 있었다. 미국에 있을 때 감기에 걸려서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있었는데도 기침이 계속 나고 낫지 않았다. 폐렴이 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서 병원을 찾아서 택시를 타고 갔다. 나는 처음 만난 그 의사에게 내가 왜 폐가 작은 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지금 기침이 심해서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열이 많이 나는데 또 아 파서 넘어지게 될까봐 무섭다고 했다. 그 의사는 자신의 책상위에 놓인 화병을 가리키면 서 나에게 porcelain doll이구나 했다. 그리고 내가 갈아입은 병원 가운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손을 넣고 내 몸을 만지기도 했다. 나는 당시 스무 살이 넘은 어른이었고 그것이 굉장히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하지 말라고 하면 화가 나서 엑스레이를 찍 어주지 않을까봐 빨리 그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