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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의 압박 4

“바르게 만들기 위해서” 의사가 그녀에게 했던 조언과 여러 차례의 입원, 치료, 수술의 과정은 그녀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특히, 김희주에게 수술적 치료는 매우 큰 공포로 남아있기 때문에, 비슷한 환경에 놓이게 되지 않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서, 그녀는 “어른이 되어서도 1인실에 입원하면 언제나 그때로 돌아가는 악몽을 꾼다. 그래서 나는 요즘 에는 2인실이나 3인실에만 입원한다.” 같은 맥락에서, 김희주는 “낫기 위해서” 병원에서 보냈던 시간을 기억나게 만드는 공간과 물건을 보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엑스레이를 찍을 때 살에 닿는 기계의 차가운 느낌, 병실에 누워있을 때 몸에 닿는 빳 빳하고 차가운 흰 시트의 느낌, 의사들이 내 살을 만졌을 때의 그 차가운 손가락의 느낌 들을 나는 싫어했다. 나는 지금도 호텔에서 자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병실 중간에 한 개의 큰 침대가 놓여있었던 내 병실의 구조와 호텔방의 구조가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 다. 내 병실에 있던 흰 시트로 싸인 침대와 호텔시트의 비슷한 느낌도 싫다. 나는 호텔에 가야할 때면 수면양말과 면으로 된 따뜻한 잠옷을 꼭 챙겨가고 호텔에 있는 침대시트를 벗기고 자기도 한다. 호텔예약을 할 때 일부러 침대가 두 개 있는 방을 선택하기도 한다.


나는 은 색깔로 된 금속으로 만들어진 물건은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다. 부엌칼, 바늘, 가위 같은 것들을 항상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넣어둔다. 특히 사람들이 모던하다고 말하는 철제로 된 물건들은 사지 않는다. 그것들을 보면 그곳에 내 몸의 어딘가가 찍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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