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회적 삶에서의 주변화 1

김희주가 다녔던 가톨릭 학교에서는 모든 환경과 교육 및 의료 서비스가 그녀에게 맞 추어 제공되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을 나와서 사회적 활동을 시작하고 행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사회의 물리적 환경이 자신에게 맞춰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 었다.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서 교육활동에서는 배 제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러한 배려는 김희주가 학문 공동체에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 는 데는 일정 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특별한 도움이 없었다면 자신의 사회 적 활동이 완전히 박탈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학회를 참가하고 모두 남자였던 동료와 교수님들과 호텔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보다 보 폭이 훨씬 큰 남자들은 천천히 걷는 것 같아도 내가 따라가기가 너무 벅찼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보폭이 작고 빠르게 걷지 못하고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울퉁불퉁한 땅이나 조 그마한 언덕도 제대로 걷지 못하기 때문에 숨도 차고 속도를 맞추기가 많이 힘들었다. 사 람들이 불편하게 될 것 같아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맨 뒤에서 비틀거리면서 겨우 쫓아가 고 있었다. 한 할아버지 교수님은 내 옆으로 와서 앞으로 빠르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손으 로 가리키며 바보 같다고 하셨다. 이렇게 좋은 필라델피아에 와서 조금은 천천히 걸어가 야 주위 풍경이 보인다고 하셨다. 나중에 할아버지 교수님은 학회 장소에서 가까운 호텔 에 비용을 낼 수 있도록 졸업할 때까지 학장님께 추천서를 써주시겠다고 하셨다.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까 싶어서 조금 머뭇거렸는데,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면 말할 필요 없 다고 하셨다. 항상 나는 새로운 집단에 가면 매우 불안하기 때문에 나에게 아무 말 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내가 이해받고 있다고 생각되어서 마음이 편했던 순간이었다.


김희주는 사회에서 다양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장애를 가진 개인이 언제나 사회에서 주변화 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할 만큼의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 할아버지 교수님은 보청기를 끼어도 소리를 잘 듣지 못하 셨다. 전공모임이나 학회세미나에서 항상 사회를 보셨는데 언제나 내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하셔서 당신의 귀에 손을 갖다 대면서 “Nelly, what?”이라고 여러 차례 물으셨다. 처음에 사람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부끄러 웠는데, 내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주로 말하고, 교수님은 주로 입모양으로 읽으신다는 것 을 알게 되고 나서는 말할 때 입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는 의사소통하는 데 특별 히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아프리카 교육을 연구하는 70세 정도 되신 교수님의 발표를 들으 러 가게 되었다. 발표자를 소개하는 팸플릿에 노란 버스가 S자로 그려진 시골길을 달리는 그림이 배경으로 있었다. 그 분이 고향에서 아주 오랫동안 스쿨버스 운전사로 일하셨다는 설명이 있었다. 당시에 먼지로 뒤덮인 길을 오랫동안 다니셔서 눈을 다치게 되었고 박사 과정을 시작 할 때부터 거의 눈이 안 보이신다고 했다. 발표가 끝난 후에, 나는 교수님과 같이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와 머핀을 사서 테이블에 앉았다. 교수님은 나에게 자신의 손 을 잡고 가장 왼쪽에는 머핀이 있고, 그 옆에 냅킨과 포크가 있고, 오른쪽에 뜨거운 커피 가 있다고 알려주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당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지금처 럼 해준다면 나에게 고마워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좋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