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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몸

김희주는 자신의 장애는 숨길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비장애인들과 섞여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갑자기 쓰러지거나 종종 심한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사회에서 주 변화되기도 하지만, 자신이 가진 사회적 지위와 사회ㆍ문화 자본은 다른 장애인들과 비교 하여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든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그녀는 “아픈 사람들의 세 계와 건강한 사람들의 세계 중간에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부모가 한국사회에서 상류층 엘리트 집단이었다는 사실은 사회의 비주류로 여 겨지는 질병을 가진 어린 김희주의 사회적 지위가 그녀의 부모와 동일했다는 것을 의미 한다. 아버지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아동의 장애는 주위 사람들에게 덜 지적받고 사 회에서 크게 문제시되지 않는다(Ingstad & Whyte, 2007). 어린 김희주는 자신이 가진 차 이가 사회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통증과 장애로 인해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낮은 생산성과 빠르지 않은 성과(낮은 성과와는 다른 개념이다)를 보이는 그녀는 효율적이지 않은 인간으로 여 겨지게 만들었고, 자신이 가진 차이가 사회에서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지금처럼 아프기 전에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자본으로 환원할 수 있 는 학력과 경력을 만들어 놓을 수 있었다는 점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의 몸 과 마음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다음은 김희주가 일기장에 적어놓은 글이다.


얼마 전에 내 질병이 만성질환이라는 것을 들었고, 내 병은 평생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방법은 죽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 했다. 또 다시 퇴원하고 집에 와서는 자살 충동을 자주 느꼈다. 나는 무서워서 항상 파트 너 손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잤다. 밤에 깜빡 잠을 깨면 어둠 속에 혼자 있는 것이 무서워 서 그 사람을 깨워서 안아달라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할 것만 같았 다. 그 사람은 나에게 마음이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나 는 엄마가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내가 나약하잖아. 곧 괜 찮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 사람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가족들이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 서재 책상에 놓을 핑크색 장미꽃, 할아버지가 보내준 진주가 박힌 크림색 드레스를 입은 인형을 들고 찾아왔다. 그 사람이 말했나보다. 모든 가족들은 자살, 죽음, 정신과라는 말을 정확히 하지 않고 그 주위만을 맴돌았다. 아 빠는 원래 공부하는 사람은 예민하고 그런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아빠도 독일에서 공부할 때 힘들었고 한국에 와서도 가끔씩 삶이 허무하다고 느낄 때가 많 았지만 사는 것이 바쁘다 보면 잊히고 그렇게 세월이 간다고 했다. 엄마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가서 살자고 했다. 그곳에서 밝은 마음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뼈도 튼튼 해지고 기분도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나는 아빠에게 모든 사람이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항상 긍정적이지 못해줘서 미안했다. 어릴 때부터 나를 챙겨주던 의사인 형부는 자신도 함부로 말하는 의사를 만나면 마음이 상한다면서 나에게 나이 많은 의사는 이제 찾아가지 말라고 했다. 무엇이든지 잘하는 언니는 요즘 일하는 것이 어떤지 물어봤고 아직도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하냐면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 십상이라 고 알려주었다. 나에게 언제나 언니 같은 여동생은 혹시라도 그 사람과 관계할 때 배려해 주지 않는 것 같아서 혼자서 또 울고 그러는 것인지 물었다. 그리고 같이 사는 것은 어려 운 일이고 그 사람에게 힘든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해줘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모든 가족들이 내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모두 다 정답 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 몸이 자꾸 무너져 내릴 때마다 절망스러워지는 나를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 모르겠어서 언제나처럼 가족들에게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이 많고 바보 같잖 아. 곧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가족들은 나에게 강해지라고 했다. 가족들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 나를 사랑해주었기 때문에 나를 공감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이기적인 것 같아서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어른인 내가 강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더 강해져야지 하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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