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회에서 아름다운 몸의 이상형에 대한 문화적 압력은 비장애여성 뿐만 아니라 장 애여성에게도 중요하게 요구된다(Bartky, 1990). 김희주는 여성들에게 이상적이라고 고려 되는 마른 몸과 여성적인(feminine) 행동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받고 자랐다.
엄마는 내가 한국에 올 때마다 목욕을 시켜주었는데 여자는 피부가 고와야 한다고 항 상 말해주었다. 그래서 오일을 바르면 넘어질 수도 있으니 로션을 잊지 말고 바르라고 했 다. 그리고 내 등을 보고서는 항상 상처가 많이 사라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걱정하지 말 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김희주에게 더 크게 고려되었던 것은 자신이 강 한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건강한 사람들과는 다른 김희주의 생활 방 식은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주어 그녀가 새로운 집단에 갈 때마다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 다. 그녀는 한 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지 못하고 빠르게 먹지 못하기 때문에 동료들과 의 식사 자리에서 “음식을 깨작거린다”거나 “먹는 것이 여자애 같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김희주는 이러한 이미지를 갖는 것이 그녀가 전문적인 연구자로 자리잡는 데 걸 림돌이 된다고 생각했고, 언제나 “마음을 졸이며” 식사자리에 참석하고 가능한 많이 먹으 려고 노력했고, 가끔은 자신의 속도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맞추어 빠르게 먹다가 오바이트를 해야 하기도 했다.
김희주는 손에 힘이 약하고 손가락을 자주 다치기 때문에 느리게 움직이고, 책이 두꺼 운 경우 책을 제대로 잡지 못할 때가 있고, 뚜껑을 오른쪽으로 돌려서 마셔야 하는 음료 수를 성공적으로 열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삶의 작은 부분들까 지 도움을 받아야 할 때 여성주의적 가치에 맞지 않는 잘못된 행동을 한다고 느낀다. 이 것은 여성주의적 몸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한 것이다(Klein,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