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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1

김희주는 통증이 심해지거나 어지럽고 구역질이 날 때면 잠시 누워있거나 일정을 소화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녀가 이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게 이해나 배려를 구하고자 할 때 면, 그들로부터 불평한다고 비난받거나, 참을성이 부족하거나 게으르다고 핀잔을 받거나, 공부하기 싫으면 아프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리고 힘든 일이 하기 싫어서 그녀가 거짓 말을 한다고 종종 오해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김희주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고, 질병을 가졌다는 사실보다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언제나 문제라고 말한다.


그녀는 가족들로부터 바른 태도를 가지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몸이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김희주의 통증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그녀가 몸을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삶을 대하는 방식이 부적절하기 때문에 자신이 아프게 되었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김희주가 가지고 있는 몸의 문제들은 그녀가 마음을 변화시킴으로 써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주위의 생각들은 김희주를 자책하게 만 들고, 사회는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보게 만든다(Oliver, 2009a).


내가 더 자주 다치고 더 많이 아프게 되면서 나는 계속 나 자신을 자책했다. 내가 왜 그때 그곳에 그 오랜 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갔을까? 왜 그렇게 많은 일을 했을까? 그러지 않았다면 나는 절대 아프지 않았을 텐데. 왜 의사들은 그런 말을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은 거지? 그 사람들이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줬더라면 나는 더 조 심했을 텐데. 내가 잘했다면 계속 아프지 않고 내 몸을 잘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후회와 절망 속에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다.


담당의사는 그 옛날에 내가 이렇게 수술을 잘했다고 하면서 내 엑스레이 사진을 주위 의사들을 불러 모아서까지 보여주었다. 선생님은 내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처럼 느 껴지는 듯 했다. 가족들과 담당의사는 오랜 기간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내고 있 고, 나에게 혹시 자신이 죽더라도 돌팔이 의사를 만나 수술하는 결정을 하면 절대 안 된 다고 매번 말씀해주신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그동안 몸 관리를 너무 잘해왔고, 척추가 너 무 깨끗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엄마에게 희주는 걱정이 너무 많고 그것이 문 제라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라고 했다. 선생님은 가족들 먹여 살릴 걱정, 굶어죽을 걱 정이 없으니 내가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진료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같이 웃 었고 나도 웃어넘겨 주었다. 엄마는 집에 돌아오면서 요즘 내가 수영이나 산책을 하지 않 고, 밥을 먹지 않고, 케이크과 커피만 먹으면서 책상에만 앉아있다고 도우미 아주머니에 게 들었다고 화를 냈다. 그래서 내가 아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잊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더 아파질 것이라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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