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 현재까지 의료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김희주와 그녀의 가족은 병원에서 이 루어진 치료에 대해 다른 견해를 보인다. 의료적 처치를 통해 모든 것을 낫게 만들 수 있 다는 점에 대해 김희주는 종종 의구심을 갖기도 했지만 그녀의 가족(특히, 부모)은 서양 의학이 그녀를 낫게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의심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서양의학이 결국 모든 것을 낫게 만들 수 있다는 부모의 생각은 김희주가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노력보다는 그녀가 가진 건강 상태에 따라 삶의 진로를 결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아무도 모르는 상처를 하나쯤은 모든 사람들이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고 아빠 가 가르쳐주셨다.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만약 병원에 다니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내가 수술을 받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치료하려고 열심히 노력한 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결정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어.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그렇네… 네가 결국 낫지 않았잖아.
의사에게 내 몸이 나를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강의도 일도 모두 줄이라고 했다. 나는 엄마, 아빠에게 어쩐지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던 말 을 돌아가시기 전에는 꼭 손 붙잡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이번에 퇴 원하면서 어쩌면 내가 먼저 죽을 수 있는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 아빠에게 그동안 나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엄마한테 미운 말 할 때도 있었 지만 내 진심이 아니었고 미안하다고 했다. 엄마는 듣기 싫다고 했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다른 의사에게 가보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