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셰이크와 음악 사이에서 혀피어싱으로 일렁이는 아이의 하루
우리 딸을 수식하는 언어들을 생각해 보았다.
고등학교 자퇴생으로, 자신의 길을 주체적으로 선택한 용기 있는 청소년.
실용음악을 준비하는 입시생으로 음악을 향한 열정을 품고 노력하는 예비 뮤지션.
올해 검정고시를 건너뛰고 쉬고 있는 청소년으로 잠시 쉼을 통해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중이다.
하늘색, 체리색, 검은색 때로는 탈색. 머리염색을 즐기고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청소년.
피어싱을 즐기는 청소년. 새로움과 변화를 즐기며 자신을 탐색하는 아이.
타투는 고민하다가 안하기로 결정한 청소년. 신중히 고민하며 자기 선택을 존중할 줄 아는 아이.
밀크셰이크와 투게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키링을 좋아하고 비즈를 만들어 주변에 선물하는 여자아이. 작은 즐거움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알고 타인의 즐거움을 상상하며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랑스러운 소녀.
그리고
지난주 토요일에
홍대에서 혀 피어싱을 하러
엄마랑 같이 다녀온 청소년.
혀피어싱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안전성과 관련한 부모의 걱정을 들었고 걱정을 해소시켜 준 후에
보태쓰라고 3만원을 주는 아빠와 같이 가주는 엄마를 둔 청소년.
혀피어싱을 하고 싶다고 카톡으로 전해왔을 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고
감정이 저 밑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 뭐지?
뜯어말리던 입술 피어싱을 해보고 몇개월 지나 스스로 뺀 경험이 있다.
"나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인데..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마이너스적인 요소만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 뺀 경험.
그런데 또 피어싱을 하겠다고????
그것도...혀 피어싱?? 너무 그로테스크하지 않아..하고 두렵고 걱정되고 무서운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곧 감정을 추스렸다. 혀피어싱을 내가 잘 모르잖아. 아이가 내가 걱정하는 것을 모를 리 없어.
그리고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그거..위험하지 않아? 괜찮은 거야?"
"응. 괜찮아. 오히려 입술보다 안전하다고 해."
"그런데..엄마는 너무 낯설다. 혀는 침이 고이는 곳이고 하루 세 끼 음식을 먹어야 하고...
혀는 세균이 항상 있는 축축한 곳인데..괜찮은 거야?"
"응~ 피어싱을 하면 구강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괜찮다고 해..!그리고 엄마, 나 혀클리너도 하고 양치 엄청 열심히 해. 입술은 너무 보여서 뺐는데 혓바닥은 내가 피어싱을 하고 싶은 욕구도 충족시켜주고 보이고 싶지 않을 때는 안 보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 엄마, 나 꼭 하고 싶어..허락해 주세요.."
딸의 그런 말을 듣고
2주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허락을 했다.
우리 딸은 마음대로 하려고 하면 사이만 나빠지고
결국 지는 것은 부모라는 것을 십몇년간의 이 아이의 부모인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마음대로 하려 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나도, 남편도 생각을 정리했다.
아이가 하려고 하는 것은 쿨하게 허락해 주되
무엇보다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다.
피어싱 가게는 인스타에서 검색해 찾아 평이 가장 좋은 곳으로 골랐고
우리는 토요일, 피어싱 가게가 있는 홍대로 갔다.
비오는 저녁, 전철을 타고 홍대로 가는 길은 가슴이 두근두근..
가게를 찾아가 미성년자이니 부모님 허락을 받는 과정을 거치고
주의사항을 이야기하고 후처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의자에 앉아 혓바닥을 닦는(?) 등의 준비를 하였다.
중3때부터 피어싱을 하러 같이 다녀 아는 과정이지만
이렇게 준비하는 과정은 어찌나 떨리는지.
나는 바늘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피어싱 등은 더욱더 그렇다. 일부러 내 몸에 구멍을 내는 것은 원치 않는다.
어떤 것이 동하여 피어싱을 하기를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아이와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
원하는 것도 다르고 추구미도 다르고
취미와 특성, 시간날 때 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다르다.
내가 해보지 않은 것을 아이가 원할 때,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 할 때
부모는 자식을 지켜야 하겠기에 원초적인 보호본능에서 유래하는 불안감이 든다.
나에게서 오는 이 불안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세상은 여전히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할 때
진정으로 나를 믿고 아이를 믿을 수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쿨한 부모가 아니었다.
아이의 뜻밖의 선언을 곧바로 믿고 지지할 만큼 지혜롭지도, 여유롭지도 않았다.
아이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을 때 찾아오는 불안,
내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 하는 패배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그 불안과 패배감, 두려움이 몰고 올 후폭풍,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취할지도 모를 행동들을 머릿속으로 수없이 그려 보았다.
그러나 상상 속의 그 어떤 장면도 결국 우리 누구도 바라지 않는 결과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제야 비로소 난 보게 되었다.
아이의 말 너머에 숨어 있던 반짝이는 면모들,
그 모든 불안 뒤에 자리하던 선명한 장점들이.
이 피어싱하는 과정에 돈을 주고 손을 잡고 같이 가는 것은
우리가 아이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물질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우리 부부만의 방식이다.
아이는 오늘의 사건을 이렇게 정의한다.
내가 피어싱하겠다는데,
아빠는 잘 하고 오라고 돈을 주고
엄마는 같이 가준다네?
울 엄빠 너무 쿨해!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물적으로, 행동으로 너와 함께 해.
넌 절대 외롭지 않아. 엄마아빠가 같이 있어줄께.
라는 표현이....아이의 마음에 가 닿았는지
아이는 하루종일 기분이 너무 좋고
평생 자랑할 거리로 남았다.
이렇게,
변명하지 않는 태도. 가 딸을 통해 우리 부부에게도 남았다.
이러하니...큰딸이 어찌 우리에게 온 천사라 아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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