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을 걷는 아이에게 #3

새롭게 시작된 상담, 그리고...

by 어깨빌려주기




1. 12월, 새로운 계절의 문턱에서..


12월의 첫날.
그 힘들고 아득했던 날이 지나가자,

며칠 동안은 평온이 깃든 듯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12월 7일, 우리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다. 계절은 겨울방학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아이와 첫 통화를 나눈 후, 위클래스 선생님과 몇 차례 연락을 이어갔다.

선생님은 우리 아이가 “참 착하고, 또래들과의 관계도 원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깊은 우울감으로 인해 무언가를 해내기 어려워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또래 상담자로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선생님은 자신을 지역에서 드물게 인지치료 관련 학위를 받고

실제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전문가라 소개하며,

앞으로 일 년 이상 아이와 인지치료를 기반으로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이와 매일 산책을 하며 만나고 싶다는 제안은 내 마음을 깊이 울렸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손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는 기타를 치는 위클샘과 금세 가까워졌다.

선생님은 아이를 편안하게 대해주셨고, 아이도 마음을 열었다.



2. 겨울방학과 풀배터리 검사

겨울방학을 앞두고 아이는 선생님의 권유로 다니던 병원에서 풀배터리 검사를 받았다.

검사 도중 많이 울었다고 했다.

결과가 나온 뒤, 위클샘과 긴 통화를 나눴고, 그는 서울에 있는 뮤직메*컬케어라는 기관에서 상담을 받아보길 적극 권했다.

그 즈음 아이는 머리를 빨갛게 염색했다.

고등학생이면서도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모습이 내겐 대견하고도 기특했다.

또한 아이는 음악학원을 열심히 다녔다.

언니를 따라 함께 음악을 하고 싶다던 동생도 학원에 다니게 되었고,

아이는 학생대표가 되어 새로 오는 원생들에게 학원을 소개하거나,

학원 홍보 포스터 모델을 맡는 등 작은 즐거움들을 스스로 만들어갔다.


3. 음악과 상담, 그리고 작은 여행

뮤직메*컬케어에서의 상담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처음에는 보호자인 내가 함께 들어가 풀배터리 결과를 전하며 지나왔던 길과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선생님의 책상 위에는 나도 읽어봤고 좋아하는 김주환 교수님의 저서 <내면소통>이 놓여 있었고,

상담실 한쪽에는 기타가 놓여 있었다.

음악을 매개로 한 공간은 아이에게 낯설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위클샘이 소개해 준 곳이었기에 신뢰할 수 있었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상담 내용을 하나하나 풀어내며 이야기했다.
“오늘은 정말 중요한 얘기를 들었어. 배경자아라는 게 있는데…”
그 목소리는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다.

경기도 끝자락에서 서울까지 가는 길은 마치 여행 같았다.

아이 아빠도 “여행 잘 다녀와!”라며 늘 응원해 주었다.

퇴근 후 학원에 들러 아이를 태우고, 크림빵과 과자, 밀크커피 같은 작은 간식들을 챙겨 들고,

상담을 향해 가는 길은 우리만의 소소한 모험이었다.

걱정할 것이 없었다. 아이는 학원을 즐겁게 다녔고, 상담도 순조로웠다.

나는 상담하는 동안 책을 읽기 위해 가방에 책을 챙겼다.

아늑하게 꾸며진 로비의 소파에 앉아 책장을 넘기다 깜빡 잠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 남짓한 겨울방학은 평화롭고 단단하게 흘러갔다.


2월 말, 아이가 갑작스레 상담을 거부하기 전까지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