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난 지 200일,간식으로 버티는 돌봄교실 라이프

우당탕탕 돌봄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하루

by 어깨빌려주기


두 개의 칠판, 두 개의 이야기

우리 교실에는 칠판이 두 개 있다.
하나는 특기적성 수업에서 사용하는 화이트보드.
그리고 다른 하나는 텔레비전 옆에서 오늘의 일정을 보여주는 ‘작은 게시판 칠판’이다.

그 일정표 옆에는 재미있는 코너가 두 개 있다.

바로 <오늘의 간식> 과 <우리 만난 지 00일>.

아이들이 제일 기대하는 것은 <오늘의 간식> 란이고

아 늘어났네 또 하루가 지났네 하고 인식하는 것은
<우리 만난 지 00일>이다.

만난 날은 하루하루 숫자가 늘어난다.
주말에는 안 만나는데도 ‘만난 날’로 친다.

왜냐고? 주말이라고 아이들을 안 생각하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어떤 예리한 아이들이 꼭 묻곤 한다.
“선생님, 주말엔 우리 안 보잖아요. 그런데 왜 만난 날에 들어가요?”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선생님이 주말에도 너희 생각을 하거든? 그러니까 만난 거나 마찬가지지~”
그러면 아이들은 어이없다는 듯 웃다가도, 은근히 기분 좋아하는 눈치다.



우리 만난 지 100일!

지금으로부터 100일 전..

드디어 ‘우리 만난 지 100일’ 되는 날.
칠판 앞에는 알록달록한 가랜드를 붙이고,
작은 투명백에 과자와 젤리를 담아 아이들 손에 하나씩 쥐여주었었다.
아이들은 눈이 반짝였고, 나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부모님께 전송했다.


학부모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돌봄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지낸지 100일째 되는 날입니다. 3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부쩍 자란 어린이들이 보입니다. 저희 돌봄교실은 방과후 수업에 가는 아이들, 학원일정으로 인한 일찍 하교하는 아이들, 모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아이들 등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생활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편안하게 쉬어가는 휴식처로 자리잡는 것 같습니다. 100일동안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내온 아이들을 축하하며 작은 간식 하나씩 보냅니다. 우리 아이들의 입이 잠시 즐겁기를 바랍니다. ^^ 입학100일, 개학 100일, 학부모 되심 100일을 축하합니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며,
아이들의 100일을, 그리고 학부모님의 100일을 함께 축하했다.
입학 100일, 개학 100일, 부모로서의 100일.
이 작은 숫자에 모두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 있었다.


다 다른 아이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

성격도, 식성도, 속도도 제각각인 아이들이
작은 교실에서 하루를 같이 산다는 건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원래 아이들의 ‘직업’은 자라는 거니까,
그 에너지 소모는 성장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청소를 하다가도 장난을 치면 아이들은 금세 깔깔 웃는다.
“바닥에 떨어진 걸 치우지 않으면… 바닥은 불바다가 될지어다~!”
내가 이런 말장난을 하면,
아이들은 꺄르르 웃으며 도망가거나 치우거나, 혹은 무심히 책을 읽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한다.
그 모습이 다 귀엽다. 정말이지 귀엽고 웃기다.


오래오래, 이 귀여움 속에서

나는 아이들이 주는 귀여움과 웃음을 오래 감당하고 싶다.
그리고 바란다.
내가 이 아이들을 사랑 그 자체로 대하는,
좋은 도구로 오래 쓰여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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