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얼마나 감사한 일이 많은지....!!!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와서,
은행잎과 단풍잎이 인도 위에 수북이 흐드러져
내 마음을 여러 색으로 물들여 주는 것이 감사하다.
토요일, 차를 몰고 서울에 가 아이에게 원하던 기타를 사줄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다.
아이가 거래하는 것을 기다리며 오래된 플라타너스가 만들어내는
고요한 그림자를 바라볼 수 있었던 순간도 감사하다.
환경미화원분이 길 위에 남겨놓은
은행잎 하트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다.
가방제작을 하는 장인의 오래되고 작은 공장에 발을 들이며
손끝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던 것,
요즘 들어 자매들 사이가 부쩍 좋아진 것,
딸들과 함께 낙원상가를 돌아다닐 수 있는
토요일 저녁시간이 내게 주어진 것도 고맙다.
지난 9월에 검사했던 우리 2호의 MMPI 결과지를 받았다.
위센터에서 밀봉된 결과를 건네받고 담당 선생님은 자신의 예민한 성격을 이야기하시며
아이의 어려움이 너무 잘 이해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떻게 아이의 어려움을 들여다보고 원인을 찾아가야 할지 차근차근 방향을 제시해 주셨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역 조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위기의 청소년들을 돕는 기관이 하나 세워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을까.
전문가들, 지역 주민들, 그리고 세금이 올바른 곳에 쓰이도록 애쓴 정치인들까지.
그 모든 노력이 모여 지금 한 아이의 손을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엄마로서 나는
아이들의 어려움을 알아채고 돕기 위해 늘 고민한다.
하지만 동시에
정해진 길을 벗어나려는 아이를 다시 끌어당기며
“이쪽이 더 안전해”라고 말하고 싶은 나도 있다.
내 안에서 두 사람이 매일 싸운다.
아이를 자유롭게 날아가게 놓아주고 싶은 나와, 내가 아는 길로 안전하게 가면 좋겠다는 나.
누가 맞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결국은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흔들리고,
고민 속에서 헤매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하고.
누구나 그렇듯, 이 과정은 결코 명쾌하지 않다.
회색 안개를 헤쳐 걷듯,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서 벽을 더듬으며 가듯,
단순하거나 곧게 뻗은 길이 아니다.
그래서 이미 이야기했지 않은가, 괴테가.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아이들이 그 시기를 겪을 때는
부모도 함께 지나가는 법이다.
명쾌하지 않음은 불안을 만든다.
‘저러다가 집안에 멍텅구리처럼 방안에만 있으면 어쩌지?’
근거 없는 망상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아마 청소년기를 함께 겪고 있는 가정이라면
다들 비슷한 마음이겠지? 우리만 그런 건 아니겠지?
어깨가 뻐근하고 오른팔 관절이 닳아버린 것처럼 아파오는 날들.
그래도 버티며 또 하루를 살아간다.
학교에 가지 않고 잠을 자며 회복하고 있는 딸을 위해
기도를 올리려던 출근길,
문득 눈에 들어온 노란 은행잎과 붉은 단풍잎이 꽃처럼 피어 있었다.
단풍에 비친 가을이 너무 아름다워 결국은 모두를 위한 감사기도로 바뀌었다.
우리 모두가 자연이고,
모두가 아름다움이라는 사실 앞에서
오늘도 나는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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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