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규 Jun 28. 2022

예신 의기투합

예랑이들은 알아서

예신 : 예비신부
예랑 : 예비신랑


웨딩 박람회 때 들었던 신부님이라는 말은 이제 어딜 상담받으러 가던 듣게 되는 말이 됐다. 앞으로 결혼 준비를 하는 일 년 내내 들을 말이고 여전히 어색해서 대답하는 목소리가 떨리고 팔에는 소름이 돋긴 하지만 더 어색한 말이 생겼다. '예신'이라는 단어는 참 특이하다. 남들이 나를 부를 때 예신이라고 잘 말하지는 않지만 내가 나를 남들에게 소개할 때 (물론 결혼과 관련된 모임에 한정) '예신'이라는 단어만큼 간단한 게 없다. 그렇다고 내가 나를 예신이라고 목소리 내 얘기한 적은 없지만.


카카오톡을 통해 예신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에 들어갔다. 특정 지역에 올해 또는 내년에 결혼하는 예신들만 모여있는 단체 톡방이었는데 특정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백 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닉네임을 부르며 서로 얼마나 결혼 준비가 진행됐는지 그리고 진행하면서 어떤 정보를 알 게 되었는지에 대해 공유했다. 기껏해야 박람회 한 번 가고 웨딩홀 상담 한 번 받아본 나는 이들에게 정보 하나 없이 들어온 새내기일 뿐이었다. 이미 한두 달 뒤 웨딩을 앞두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나처럼 일 년 넘게 남은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지역이 같다 보니 정보가 구체적이고 다양했다. 내가 상담받은 웨딩홀에 대한 정보부터 앞으로 상담을 받기 위해 예약해둔 웨딩홀에 대한 정보까지 빠삭했다. 물론 금액대는 날짜별로 상이하고 옵션과 패키지 포함, 미포함에 대해서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금액대까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지만 제휴 업체에 대해서 그리고 제휴되지 않고 직접 워킹한 업체에 대해서도 정보를 알 수 있었다.


특이 나는 알고 있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질문한 거에 대해서 나름 정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여기에 정리를 하자면,


나 : A웨딩홀이 연락을 안 받아서 상담을 잡지 못했다.

답 : 그 웨딩홀 2개 홀 모두 리모델링 중이라 예식을 잡지 않는다. 그리고 말이 리모델링이지 사실상 폐업과 다름없다.


나 : 아직 예식이 1년 넘게 남아서 내년 하반기 일정 나온 웨딩홀이 없어 상담을 하는 곳이 없는 거 같다. 

답 : 지금 B웨딩홀은 벌써 상담 시작한 지 일주일이 넘었고 내년 10월 예식까지 예약이 되어있다. 빨리 상담 예약해야 한다. 그리고 연락 안 받는 곳 많은데 20번 넘게 연락해야 받는 곳도 있다. 지금 극성수기라 어쩔 수 없다. 내년 식대는 더 올라가는데 특히 C웨딩홀은 원래도 비쌌는데 지금 9만 원 가까이 받는다더라.


나 : 청모 할 때 돈 많이 나가나.

답1 : 사바사다. 나는 불필요한 청모 없애고 모청으로만 했다.

답2 : 사바사다2. 나는 남자 친구가 원래도 모임이 많아서 청모만 500만원 들 것 같다.

* 청모 : 청첩장 모임

* 모청 : 모바일 청첩장


나 : 가방순이가 꼭 필요한가.

답1 : 나는 친언니가 해주기로 했다.

답2 : 친구가 해준다고 먼저 해서 원래는 생각 없었는데 친구가 하기로 했다.


나 : 다들 폐백 하는지.

답1 : 안 한다.

답2 : 안 하지만 어차피 스냅 촬영 때 한복 사진을 찍을 예정이라 겸사겸사 한복을 맞추긴 할 예정이다.


나 : 플래너랑 계약하고 스드메를 하는 게 나은지. 아니면 웨딩홀 패키지 스드메가 더 나은지.

답1 : 진짜 사바사. 플래너랑 계약하는 게 더 저렴할 수도 있고 웨딩홀 패키지 스드메가 더 나을 수도 있고.

답2 : 플래너 좋은 사람 만나는 것도 진짜 운이고 웨딩홀 패키지가 좋은 것도 운.

답3 : 고르는 게 귀찮으면 웨딩홀 패키지가 좋은데 진짜 운. 근데 요즘은 웨딩홀 제휴도 좋은 데 많음.


나 : 식비는 다들 어떻게 나왔는지.

답 : 식비는 웨딩홀이랑 인원수 그리고 날짜, 시간에 따라 다 다르지만 어쨌든 축의금으로 세이브되는 편


나 : 웨딩홀 게약 이후 스드메를 웨딩홀 제휴 업체와 하겠다고 구두계약 후 다른 업체로 해도 되는지.

답 : 웨딩홀 계약만 한 거면 아무 문제없음. 단, 제휴 업체와 이미 계약을 하고 난 이후라면 수수료가 차감됨.


나 : 웨딩홀에 자체 제휴 메이크업, 헤어 업체를 계약하지 않고 당일 출장 업체를 불러도 되는지.

답 : 되는 곳도 있는데, 아마 자체 제휴 업체가 있는 웨딩홀이라면 출장이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나 : 드레스 투어 할 때 드레스 피팅은 최대 몇 번까지인지 이후 일정 금액 지불하게 되면 더 피팅이 가능한지.

답 : 평균 4벌에서 최대 5벌 정도. 이후 피팅 불가. 그래서 드레스 샵을 4-5군데 돌아봄.


이 외에도 자잘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아주 상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의견을 내준 덕에 어느 정도 결혼 준비의 큰 가닥은 잡혔다. 그리고 그 큰 가닥이 얼마나 종류가 많은지... 그걸 다 어떻게 해내야 할지 막막함이 더욱 다가왔다.


그래도 결혼 얘기만 하는 건 아니고 소소한 잡담도 많이 한다. 인원이 인원인지라 한 사람이 한 번씩만 말해도 백 개 가까이 되는 글이 올라와서 정신없기도 하지만 술도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하는 2030 예신들의 모임이란 못 만나서 안달인 사람들의 모임이다. 각자 자신의 예식날짜에 맞춰서 비슷하게 예식이 끝나는 사람들끼리는 술 약속을 잡는 사람들도 있고 이미 애는 갖지 않았지만 조동 모임까지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라 보고 있으면 귀엽다.


덕분에 결혼 정보를 많이 알 게 되었고 지금도 궁금한 업체를 언급하면 너도나도 들은 후기, 직접 가본 후기, 어느 누가 가봤다고 올린 후기라도 긁어서 가져와 보여주는 등 마치 내 결혼인 거 마냥 적극적으로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라 앞으로도 막막한 결혼 준비에 한층 기댈 수 있는 모임이 생긴 기분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무슨 주제로 얘기 중인지 채팅방 숫자가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다. 시술 얘기인가. 아무튼 즐겁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이벌이 몇 명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