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미리미리 하지 않으면 발도 들일 수 없는 결혼 과정
제목이 이상한가.
근데 내가 느낀 바는 저랬다는 거.
상견례를 두 달 남겨놓고 상견례 장소를 골랐다. 코스요리가 잘 나온다는 한정식 집이었는데 상견례를 했다는 후기들을 보면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했다. 우선 예약하기 전에 먼저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예식장 상담 이후 점심을 이곳에서 먹기로 했다. 도착하고 보니 한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주차를 도와주시는 직원분은 남자 두 분이셨는데 역시 주말 점심이다 보니 평지 주차장은 이미 만 차였어서 경사가 있는 통로에 평행주차를 유도하셨다. 양가 아버님들의 술자리를 위해 각자 집의 운전은 남자 친구와 내가 하기로 했는데 그때도 이렇게 경사진 길에 평행주차를 하라고 하면 어떡하지 걱정이 앞섰다. 참고로 나는 평행주차를 잘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경사진 곳에는 더더욱 없다. 하지만 지금은 남자 친구가 운전을 하고 있으니 무리 없이 주차를 하고 나왔다.
바로 식당으로 들어가려는데 우리 앞으로 네 팀이 이미 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서 이름을 적고 나왔다. 한시라서 걱정은 하긴 했지만 역시 유명한 곳이라 더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야외 대기 좌석에 앉아서 대기했다. 이때 사진 찍은 거 너무 잘 나온 듯. 아무튼 이십 분 정도 대기를 한 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층으로 올라가서 안내를 받아 들어가니 단체룸으로 보이는 룸을 지나쳐 테이블이 네 개 있는 룸으로 들어갔다. 세 개의 테이블은 이미 사람이 있어서 입구 쪽에 앉게 되었는데 테이블 별로 칸막이가 있어 바로 옆의 테이블 사람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보다는 오히려 편했다. 가져다주시는 메뉴판에서 상견례 음식으로 하려던 코스요리 2인을 주문했다.
요리는 샐러드부터 시작해 꽤나 빠른 속도로 나왔다. 종류가 다양했는데 아무래도 코스요리다 보니 인당 개수에 맞춰 나오거나 소량의 양으로 접시에 나왔다. 음식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맛의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법한데 아무래도 무난한 한식이다 보니 불호 없이 무난하게 모난 맛없는 것도 있었고 음식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음식을 가져다주시고 빈 접시를 곧바로 치워주시는 거에서도 서비스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인원이 식당에 꽉 찼는데 룸 방음이 좋은 건지 손님들이 조용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식당 분위기는 굉장히 조용했고 덩달아 나랑 남자 친구도 음식에 대해 말하면서도 조용하게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다 끝내고 나서 남자 친구는 구절판이 맛있었다고 했고 나는 갈비찜을 선호했다. 그리고 둘 다 선호했던 건 계절탕으로 나온 새우가 들어간 해물탕이었는데 사실 나는 술안주로 국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작은 그릇에 일 인분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맛있었음에도 고민했다. 코스요리에서 식사는 항상 나중에 나오긴 하지만 중간에 나온 갈비찜이라던지 이런 건 밥 없이 먹고 마지막 식사에서 나물 반찬과 된장찌개에 밥을 먹는 것도 약간 김이 샌 부분이긴 하다. 그래서 나오기 전 코스요리를 나중에 예약 시 식사의 순서를 변경할 수 있냐고 물어봤고 밥이 솥밥이다 보니 20분가량 걸리기 때문에 미리 도착 전 말을 하거나 예약 시 메모를 남기게 되면 순서 변경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밥의 순서는 변경이 됐지만 글쎄, 메뉴의 문제가 있긴 남아있긴 했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수정과까지 시원하게 마시고 (개인적으로 앞에 나온 음식들 중 느끼했던 맛을 싹 잡아줘서 너무 맛있었다.) 부른 배를 감싸며 식당을 나섰다. 음식도 나쁘지 않고 조용했다. 주차공간이 사람이 많을 때는 부족할 거 같았지만 우리가 식사를 마칠 때쯤 차량이 많이 빠진 주차장도 나름 커 보였다. 배고플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식당 내부가 눈에 띄었는데, 아무래도 상견례로 유명한 식당이다 보니 입구부터 방 이름과 예약자의 이름이 적혀있고 계산대에는 상견례 또는 모임의 선물로 하기 좋은 굴비 세트가 나와있었다. 이층까지 건물인데 일층과 이층 모두 룸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가족 모임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상견례 장소로 생각하고 식사를 하러 간 거라 상견례 예약을 하고 오려고 했는데 좀 더 고민해보자고 하고 나왔다. 식사를 하기 전에는 여기서 무조건 해야겠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식사를 직접 하고 나서 보니 고민됐다. 내가 생각했던 건 어색함 속에서도 그래도 편안한 분위기를 원했고 양가 아버님들은 술이 매개체일 줄 알았는데 술안주로 할 수 있었던 게 전혀 없었다는 게 가장 크게 걸렸다. 물론 코스 요리 이외에 요리를 더 시켜서 먹을 수는 있지만 해당 식당에서 파는 메뉴 중 탕요리는 한 종류뿐이었고 코스요리에 탕까지 시키기에는 금액대가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음...
좀 더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엄마가 굳이 한식으로 해야 하냐는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남자 친구의 여동생 분도 상견례를 일식집에서 했다고 했는데 왜 내가 한식 코스로만 고집했지. 중식도 나쁘지 않고 일전에 막내 삼촌도 상견례를 중식으로 했다는 엄마의 말에 남자 친구한테 중식으로 알아보자는 말을 했다. 물론 코스요리는 한식이든 중식이든 일 인분의 양으로 적당히 나온다는 건 동일하겠지만 아무튼 찾아본 중식 식당의 금액대는 한식 코스요리보다 다양했고 조금 더 저렴한 코스요리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저렴한 가격대의 중식 코스요리에 요리를 더 해서 하는 걸로 생각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또 코스요리를 먹으러 가기에는 부담이 있어 간단한 음식만 맛본 뒤 나쁘지 않으면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괜찮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