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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 Jul 01. 2022

금연구역에서 뭐하는 짓이지

금연구역의 뜻도 모르는 무지렁이들 모임 장소

나는 우리 회사의 옥상에 종종 올라간다. 

몇 층만 올라가면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는 겸 약간의 리프레시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실내에만 있다가 옥상에 올라가게 되면 약간의 쾌적함과 한적함 때문에 종종 올라가곤 했다.


그런데 초반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회사 건물의 옥상은 분명 금연구역이고 CCTV를 촬영 중이라는 경고문과 함께 해당 구역은 경찰과 보건소와 함께 관리 중이며 금연구역임에도 불구하고 흡연을 하는 것을 목격하는 경우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도 붙어있다. 하지만 CCTV 사각지대 또는 출입문 옆, 심지어는 돌아다니면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구시렁대는 게 다였지만 비가 오는 날 옥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자 문 뒤에서 대놓고 실내 흡연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고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나와 같이 주로 옥상에 올라가던 직장 동료가 도저히 못 참겠다고 하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관리사무소였다. 옥상이 금연구역임에도 현재도 흡연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관리사무소에서의 반응은 예상한 반응과 달랐다. 관리사무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보건소에 연락하는 거였다. 어이는 없었지만 직원분은 보건소로 연락을 했다. 직접 연락을 한 게 아니라서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보건소에서도 연락을 돌리는 눈치였다. 결국 단속을 하겠다는 말뿐인 대답만 듣고 끊겼다.


다시 사무실로 내려와서 문자로도 신고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신고할 내용을 적어 120으로 문자를 넣었다. 곧이어 내 간단한 신상과 건물의 정확한 위치, 그리고 흡연을 하는 사람들의 주 시간대를 묻는 문자가 왔고 그에 대한 답도 빠르게 작성해 보냈다. 신고가 완료됐다는 확인 문자와 함께 단속을 하겠다는 말도 함께 날아왔다.


다음 날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평소보다 점심을 많이 먹어 배가 불렀기 때문에 운동 겸 옥상으로 향했다. 여지없이 흡연자가 옥상에 있었고 비가 오기 때문에 나가지 않은 채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차피 상식선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않은 사람과 언성을 오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은 저런 사람들이랑 말하는 게 무서움) 반대편 입구에서 신고 문자와 함께 보건소로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여성분이 전화를 받아 신고 내용을 듣더니 전화를 돌려주시겠다면서 남자분이 전화를 받았다. 다시 한번 신고내용을 말하니 '그러게요..'라는 답변이 들려왔다. '그러게요라뇨?'라고 반문하자 그제야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은 실내 흡연자 신고가 많아 민원 처리가 밀려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답변했다. 아 정말 무지렁이들이 한 둘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민원을 넣어봐야 해결되지도 않는구나 싶었다. 신고를 하는 와중에도 반대편 입구에는 흡연을 하고 들어가는 사람들과 이제 막 흡연을 하러 올라오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거렸다. 


어찌 됐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했다고 생각했다. 관리사무소 전화번호는 붙여놓고 관리는 안 하고 보건소로 책임을 미루는 건물 관리인이나 관리를 안 한다고 뻔히 보이는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충들이나 내가 옥상에서 쉴 수 있는 동안은 최소한 담배 냄새가 없는 공간에 있고 싶으니까 다 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옥상에 있는 동안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면 또 신고를 할 예정이다. 다들 잡혀서 벌금이나 냈으면 좋겠다. 벌금으로 패가망신하길.


아니 생각해보니까 어이없네. 참고로 말하자면 건물 1층에 흡연구역이 있다. 그것도 두 개나. 굳이 꾸역꾸역 옥상으로 이거 들어와서 담배를 피우는 이유를 모르겠다. 진짜 다시 한번 우리 건물 옥상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은 없던 병이라도 걸려서 수명이 줄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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