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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시끄럽고 나는 심심하고

딱히 덧붙일 말은 없고

by 서규

자신을 스타로 지칭한 사람은 자신의 억울함을 눈물로 호소했다. 대통령은 탄핵을 하니마니 떠들어대고, 차기 유력 대통령 후보는 많은 의혹을 남겼지만 결국 무죄를 받아냈다. 그리고 성범죄에 연루된 의원은 숨진 채 발견되었다고, 하루가 멀다 하게 세상은 시끄럽다.


휴대폰 속은 이렇게 사건 사고가 많아 시끄러운데 침대 안의 내 세상은 너무나도 조용하다. 눈은 떴지만 밤처럼 불 꺼진 집안은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매번 똑같이 화장실 한 번, 물 한 잔, 아침 겸 점심, 애벌 설거지 후 식기세척기, 삼일에 한 번은 빨래, 이틀에 한 번은 청소기, 일주일에 한 번은 야채 손질, 과일 주스, 그릭 요거트 만들기... 흠, 저녁은 뭐 먹을까.


오전 할 일을 끝내고 대충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뒤 집을 나섰다. 집 안에서는 괜찮았던 콧속이 간질거렸다. 미세먼지가 많다고 했는데, 항상 마스크를 해야지 생각만 하고 하고 나오질 않는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후 다짐한 한 정거장 걸어가기를 하기 위해 집 앞 버스정류장을 등지고 걸었다. 오래된 동네 특유의 은은한 담배냄새에 일부러 콜록거리며 정류장으로 걸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른 아침에 출근을 했기 때문에 이 시간에 지하철로 가는 버스를 타는 사람은 나보다 배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지하철도 널널했다. 원래 출근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부리면 혹여나 앉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해야 하는데, 여유롭게 지하철이 들어와 문이 열릴 때, 그제야 의자에 몸을 일으켜도 쉽게 앉을자리를 찾았다. 조용하고 넓은 카페에 자리 잡아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쓸 때도, 내 주변은, 내 세상은 조용했다.


이따가 어묵이나 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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