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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에 잠시 멀어진 취미

뜨개질

by 서규

사실 뜨개질을 시작할까 생각했던 건 오래전부터였다. 같은 시기 결혼 준비를 했던 아는 언니가 뜨개질로 만든 머리핀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 선물해 줬다. 너무 귀여웠고 포동이가 태어나면 꼭 머리에 꽂아줘야지 생각했다.


머리핀으로 시작한 뜨개질 영상은 아기 덧신을 지나 신생아 보닛까지 이어졌다. 예쁘다, 생각만 했던 영상에서 이건 꼭 포동이를 위해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너무 귀여워.


하지만 내가 뜨개질을 해봤던 기억은 미성년자 때 대바늘로 목도리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노력해 봤지만 실패했던 경험뿐, 코바늘을 사용해 봤던 경험도 어떤 걸 완성시킨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아는 언니의 도움을 받아 우선 제일 초보자용으로 다이소에서 뜨개질 도구를 구입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초보 신생아 보닛 만들기 영상은 편물(뜨개질 실)을 잡는 방법부터 코를 찾아 걸어서 뜨개질 방법을 말해주면 그대로 똑같이 따라 하는 거조차 힘들었다. 왼손은 쥐가 났고 손바닥 만한 시작점을 만드는 것조차 어려웠다. 역시 쉽게 하는 건 그 사람이 고수여서 그런 거구나.


겨우겨우 동그란 신생아 정수리를 가릴 정도의 동그란 완성물을 만들고 나니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풀어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처참한 결과물이었다. 그래도 아예 아무것도 모르던 처음보다 이제 사슬 뜨기, 짧은 뜨기 등등 뜨개질 방법에 대해서는 알 게 되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왠지 보닛을 시작하기 보다는 네잎클로버 같은 거부터 해봐야겠다고 (그것도 힘들겠지만)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카페에 왔고 오늘은 보닛 정수리 만들기가 아니라 키링용 작은 완성품이라도 하나 만들기가 목표다. 내 옆에는 조리원 동기로 보이는 애엄마 다섯 그리고 목도 겨우 가누는 신생아 다섯 이렇게 앉아있다. 부럽.. 우선 좋은 환경이니 시작해 봐야지. 포동이 출산까지 남은 4개월 동안 보닛 하나는 만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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