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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일상

by 서규

최근 뜨개질을 하는 취미가 생기고 나서 소모임에 들어갔다. 그리고 동에서 운영하는 바느질 태교 교실에 참여했다. 같은 날 오후에 있는 시에서 운영하는 임산부 건강 교실에도 참여했다. 또 어제는 동생이 반차를 낸다고 해서 오랜만에 만나 하루 종일 먹부림을 하며 놀았다.


며칠간 바쁘게 외부 활동을 했기 때문에 남편도 당직이라 출근한 주말 토요일, 오늘은 동네 카페에서 잠시 잊고 있던 뜨개질을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다. 며칠 동안 일찍 일정이 잡혀 있어 잠이 부족했기 때문에 느지막이 잠에서 깼다. 그리고 두어 시간 정도 선풍기 바람을 쐬며 침대에서 뒹굴었다. 시간 때우기 가장 좋은 SNS 출석과 폰 게임을 하고 있다 보니 점심시간도 훌쩍 지나갔다. 늦은 점심을 대충 때웠다.


그 과정에서 SNS 소식을 보던 도중 유튜버 대도서관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사망 기사를 보게 되었다. [대도서관]과 [사망]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졌다. 정말 오래전부터 잘 보던 유튜버였고 최근에는 뜸하긴 했지만 알고리즘에는 꾸준히 올라오던 유튜버였다. 그리고 남편은 본인이 하던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소식을 듣고 최근에 라이브를 시청하기도 했다. 최초 기사에는 자살을 염두한 내용의 기사가 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평소 앓고 있던 질병으로 인한 돌연사에 초첨을 맞춰진 내용의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라도 여전히 당황스러운 소식이었다.


참여 중인 여러 단체방에서도 기사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들 당황스러워했고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가장 많이 나온 추측으로는 '지병인 심근경색으로 인해 자는 도중 심장마비가 온 건 아닐까?' 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그다음 나오는 말로는 결국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과로했기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었을 거다.' '혼자 살기 때문에 건강을 못 돌보게 되었을 거다.' '밤낮이 바뀐 채로 하루 종일 앉아서 방송하는 유튜버 생활은 건강에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등등 짧은 시간 다양한 추측들이 뒤따랐다.


그러나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당황스러웠지만 곧 밀린 집안일을 마무리 짓고 카페에 가기 위해 외출할 준비를 했다. 당장 어제까지 방송을 봤던 (남편을 포함한) 사람들은 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78년생, 46살의 나이는 유튜버 세계에서는 어쩌면 시대에 뒤처진 옛날 유튜버, 퇴물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겠지만 그럼에도 젊었다.


오늘은 포동이의 신발 나머지 한 짝을 만들 차례다. 그리고 한 시간 뒤에는 마트에 가서 저녁에 먹을 비빔밥 준비를 위한 나물 등을 살 예정이다. 내일은 신발에 달 단추와 그다음 모자를 만들 실을 사거나 다음 주로 미룰 예정이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월요일에는 임당 검사를 할 테고 포동이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입체 초음파 검사를 할 것이다. SNS에서는 여전히 그 기사에 대한 내용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다. 그의 유튜브 영상에는 벌써부터 추모 댓글이 몇 백 개씩 달리기 시작했다.


카페에 도착해 뜨개질을 시작했다. 뜨개질 중간에 이 글을 쓰고 있다. 흐리고 센 바람이 불던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마지막 라이브 영상에는 금요일 하루 쉬고 토요일 방송을 오겠다며 인사를 하고 끝이 난다. 평소와 같았다면 그는 오늘 밤에 라이브를 시작했을 것이며 남편을 포함해 그의 팬들은 그 영상을 시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바뀐 일상에 적응하겠지. 나도 얼른 신발을 완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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