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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이라는 것

작심삼일, 그조차 어려운 사람들의 모임

by 서규

나는 꾸준하지 못하다.


의욕적이었던 시작과 다르게 그 대상에 대한 흥미는 한 달을 채 가질 못하는 편이다. 그리고 흥미가 떨어졌을 때 언제나처럼 무료한 시간들이 휘몰아친다.


그동안 내 시간을 지나쳐간 취미가 정말 정말 다양하다.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가 성조를 따라 하는 내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피아노를 시작했다가 왼손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아 내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웅장하지 않았다. 추리 책을 풀기로 했다가 뒤로 갈수록 반복되는 상황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뜨개질을 하고 싶었지만 하고 싶은 도안은 너무 어려웠다.


취미를 정하는 일은 너무 어렵다.


시작이 어렵고 유지하기에 돈이 들며 이미 잘하고 있는 사람들을 따라가기 벅찼다. 내 눈은 이미 밥 아저씨를 보게 되어버렸는데 내 손은 졸라맨을 그리고 있어서 그 갭을 줄이기 너무 힘들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무튼 지금은 뜨개질을 계속하고 있긴 하다. 굳이 굳이 쉬운 작은 소품들을 건드리지 않고 어렵고 지겨운 가방을 만들고 있다. 그마저도 지금 1단을 만들고 딴짓을 한참 하다가 이 글을 쓰고 있다. 2단은 또 언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 내일.. 하려나. 아무튼 오늘 뜨개질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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