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사람이라구요?

저 세포가 제 애입니다

by 서규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했을 때는 사실 그냥 냅다 흰색 점 하나 가지고 있는 검은 동그라미에 별 감흥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래서 이거 때문에 내가 지금 무기력하게 하루를 날리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웃기기만 했다. 배를 나오게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자궁 어딘가에 자리 잡기만 한 1센티 밖에 안 되는 아기집 때문에 세상 떠나가라 임신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게 유난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에는 드디어 애로 보이는 걸 보게 되었다. 아기집은 저번주보다 좀 커졌고 그 안에 흰색 점은 좀 길쭉해졌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저 '쌀알' 같은 게 애라고 했다. 그 정도 커졌으니 조금은 사람다워졌는지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다면서 심장소리를 들려주는데, 어... 음... 쉬익 쉬익 하는 배경소리에 도록도록 하는 작은 소리만 들렸다. 이게 맞나, 싶을 때 아직 아기가 너무 작아 심장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거 같다고 했다. 다행히 심장이 약한 아이는 아닌 거 같다. 이제 겨우 0.5센티가 됐으니 소리가 작을 수 있지.


산부인과를 나오면서 마미톡에 병원을 연동했고, 저장된 영상을 재생했다. 현장보다 더 안 들린다. 겨우 동영상 앱을 통해서 증폭한 뒤에야 들렸다. 다음 주에는 남편이랑 같이 초음파를 보러 갈 예정인데 그때는 좀 더 자라 있길, 소리가 좀 더 크게 들릴 수 있길.


앞으로 안정기까지 2주가량 남았는데 잘~ 버텨서 가족들한테 무사히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 되면 이 글도 저장하기가 아닌 발행하기가 될 수 있겠지.


하루하루 입덧은 심해지고 무기력도 심해지고 기립성 저혈압도 생겨버렸지만, 내가 힘들어질수록 애는 잘 커간다는 생각이 들면 또 나쁘지 않은 기분이기도 하다. 하나의 목적에 모든 게 만사 괜찮아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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