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고요한 날들
내 뱃속의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더니 벌써 9센티를 넘겼다. 물론 애 크기 보다 내 배가 더 튀어나와서 약간 억울하긴 하다. 이제 평소에 입던 바지는 입기가 불편해졌고 허리를 잡아주는 원피스도 입기가 힘들어졌다. 나름 남들보다 포동포동한 몸을 가졌기 때문에 임신하고 나서 입어도 임부복과 다를 바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임부복이 아닌 옷은 어쨌든 배를 조였다.
애는 커가지만 아직 배에 태동이라고 느낄 수 있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그냥 똑바로 누워 있으면 배가 무겁고 오래 누워 있다 보면 아랫배가 당기는 느낌만 난다. 언제 실감이 날 거 같냐는 내 질문에 태동이 느껴지면 정말 실감이 날 거 같다는 남편의 말을 이해하고 있다. 나도 평소에는 실감이 전혀 나지 않고 산부인과 방문한 뒤 보는 초음파 영상과 심장 소리로만 실감이 나고 있으니까. 태동은 엄마가 제일 먼저 느낀다던데 나는 유독 예민보다는 둔감한 사람에 가까운 편이라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 곧 기형아 검사가 마무리될 예정이고 (문제가 없는 전제지만) 성별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16주 차가 되면서 철분 영양제를 받기 위해 보건소에 방문할 예정이다. 16주 차가 지나면 자동차 보험료를 줄여주기 때문에 신청을 해야 한다. 성별이 결정되면 성별에 맞는 예쁜 이름을 짓기 위해 많은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우선 16주 차가 지나면서 해야 할 일들이고 그다음은 가을이 되면 생각해야지.
집을 나서지 않으면 침대와 소파를 넘나들며 뒹굴거리다 낮잠을 잔 뒤 저녁을 준비한다. 집안일을 부지런하게 하진 않지만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 싶을 때 30분 내외로 적당히 끝낸다. 집을 나설 일이 있으면 집안일을 간단하게 하고 밖에 나와 점심을 먹고 카페를 온다. 카페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나면 집에 가서 낮잠을 자고 저녁을 준비한다. 사실상 저녁도 친정과 시댁에서 준비해 준 음식들을 뜨끈하게 뎁혀 내놓는 게 끝이다.
게으른 백수의 삶이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한 최적의 임산부의 삶으로 포장해 살고 있다. 요즘 꽤나 힘들게 일을 하고 있는 남편이 조금 안쓰럽지만 티를 안 내줘서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옆에서 술 마시고 있으면 별루. 술냄새 풍기면서 옆에서 자고 있으면 더 별루.
이제 슬슬 집에 갈 시간이 됐으니 다음에는 건강한 애기 판정 나고 올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