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동 전 평화, 폭풍전야
태동은 여전히 없다. 임신을 했다는 건 부른 배와 퉁퉁 부어가는 다리로만 확인 가능했다. 하지만 이것도 원래 부른 배였고 원래 잘 붓던 다리였으니 사실 임신 전후가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상태긴 하다.
다른 초산모들에게 태동 시기를 물어봤지만 예민한 사람은 16주부터 무던한 사람은 22주까지 시작 시기가 제각기 너무 달랐다. 나는 아마 예민함과는 거리가 멀 테니 최소 20주부터로 봐야 할 거 같다. 태동과 관련해서 질문을 하다 보면 태동을 이미 겪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공통적으로 말한다. '빨리 겪어봐야 좋을 거 하나 없다.'라고
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평화가 끝난다고 한다. 자다가도 갈비뼈를 건드려서 잠에 깰 수도 있고 방광을 발로 차서 화장실로 이끄는 상황도 생긴다고 한다. 안 그래도 남이 올린 태동 영상을 보면 만삭 배도 뚫을 거 같이 발로 팡팡 차는 게 보여서 충분히 그럴만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것도 궁금한걸.
휴대폰으로 뱃속 심장 소리 들어보려 이곳저곳 스피커 방향으로 가져다대도 20주가 넘지 않은 애기의 심장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 너무 무소식 아닌가 싶어서 병원에서 초음파라도 확인해봐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매번 이런 식으로 병원에 가봤지만 멀쩡했던 경험과 지금 주차로는 평화로운 게 맞다는 얘기가 다수 나오고 있어 다음 입체 초음파까지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사실 이렇게 말해놓고 아직 3주나 남은 시간에 언제 생각이 바뀔지 모를 거 같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먹고 싶은 음식이 바뀌는 변덕처럼.
최대한 생각하지 않기 위해 요즘 진격의 거인을 보는 중이다. 사실 여기에 빠져서 진짜 생각을 가끔 안 하기도 한다. 요즘 주요 생각으로는 진격의 거인 다음 편 얼른 보고 싶다와 스포 안 당하고 봐야지.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