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하게 잽을 날리시는 중

강펀치 준비 중

by 서규

정밀 초음파가 무사히 지나갔다. 장기 발달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걸 확인했고 제일 중요한 손가락, 발가락이 열 개인 것도 확인했다. 아기가 자라는 환경도 문제가 없고 자라는 아기도 문제가 없다는 말이 제일 듣고 싶었는데, 다행히 매번 들을 수 있어서 마찬가지로 다행이다.


생각해 보니 임신 중 조심해야 하는 행동을 여러 가지 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별 문제없는 거 보면 그냥 내 맘 편하게 사는 게 아이한테 제일 좋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 그리고 태동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태동인가 싶을 정도로 아랫배에서 작게 '꾸룩' 하는 정도였는데 그게 좀 더 강도가 생기더니 아랫배 안 쪽에서 움찔거리는 느낌이 반복됐다. 그러다 가끔씩 툭툭 치는 느낌이 배밖으로도 느껴졌다. (특이하게 남편이 손을 올리면 조용해졌다. 그동안 남편 손으로 느낀 태동은 단 한 번...)


정밀 초음파 이전까지의 태동은 위에 적은 것처럼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다 정밀 초음파가 지나고 나서 가끔가다 툭툭 건드리던 느낌이 방광 쪽으로 가자 문제가 생겼다. 지금도 자주는 아니지만 좀 더 잦아진 태동은 틈만 나면 방광을 건드렸고 새벽에도 짧으면 한 시간 길면 두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가게 만들었다. 자다가도 화장실 때문에 눈을 떴고 앉아 있다가도 화장실에 가게 됐다.


임산부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하는데, 평소에도 남들보다 물을 많이 마시는 편도 아니었지만 점점 더 물을 안 마시게 되는 거 같아서 걱정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점점 더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거 같아서 허리가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건가 싶었는데, 화장실 때문이라도 강제로 일어나게 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태동이 아예 없어 걱정되는 하루보다 귀찮지만 태동이 느껴지는 게 더 좋긴 하다. 태동이 아예 없을 때는 초음파라도 매일 보고 싶을 정도로 잘 있나 하루에 열두 번은 병원 갈 걸 고민했는데, 지금은 어쨌든 배 안에 잘 지내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담이지만, 정밀 초음파로 아기 얼굴을 확인했는데 너무너무너무 남편 코와 같아서 놀라웠다. 아직 사람 얼굴로 완벽하게 보이진 않지만 누구보다 코는 도드라지게 보여서 피가 어디 안 갔구나 싶었다. 그리고 다음 달에 입체 초음파로는 더 사람답게 보일 거 같아 엄청 기대 중이다. 남편도 매일 내가 산부인과 다녀오면 마미톡에 올라오는 영상으로 확인했는데, 이번에 젤리곰 이후 처음으로 실시간으로 초음파를 보게 되어서 신기했다고 한다. 다음 달, 입체초음파도 많이 기대하는 거 같다.


초음파를 보는 내내 신기하면서도 내가 얘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거 자체로 이미 걱정할 게 없을 거 같다. 양가 부모님 말마따나 지금 우리보다도 한창 어린 나이에 우리를 다 키워내신 거 보면 눈앞에 닥쳤을 때, 못할 건 없지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남은 4개월 동안 무탈하게 건강하게 뱃속에 잘 지내다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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