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의 애와 대화해보기

태담

by 서규

최근 임산부 건강 교실에서 태담에 대해 배웠다. 뱃속의 아이와 교감하는 필수적인 태교 과정이며, 거창한 말을 하는 게 아닌 일상의 얘기 또는 사랑한다는 등의 짧지만 좋은 말로 아이에게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높은 톤의 엄마 목소리보다 낮은 톤의 아빠 목소리를 더 좋아한다고 하지만 나조차 하지 못하던 태담을 남편에게 강요할 수는 없었다.


교육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뒤 세상 제일 편한 자세로 누운 채로 어정쩡하게 배를 감쌌다.


음... 안녕?


길 가던 낯선 사람과도 대화를 곧잘 하는 사람이지만 뱃속의 대답 없는 아이에게 냅다 말을 거는 게 왜 그렇게 어색한 건지 겨우 인사 한 번 하고 대화를 포기했다. 결국 오늘 태담도 남편과 하는 대화가 아이에게 잘 들리겠거니 하는 걸로 마무리해야겠다.


나와 같은 시기에 임신을 한 지인은 벌써부터 아이에게 하루에 한 권씩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고 한다. 아이 손수건 하나 준비 못한 나로서는 정말 준비성이 철저해 보였다. 벌써부터 아이를 위한 동화책이 집에 있다니. 우리 집에 동화책은 없는데 비슷한 추리 소설이라도 읽어줘야 하나 고민된다.


아니면 육아 어플에서 하루에 한 번씩 올라오는 좋은 글귀를 아이에게 읽어주면 좋다고 한다. 육아 어플을 열었다. 오늘의 태담이 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사랑의 명사 100선에서 발췌된 [사랑만이 희망이다]라는 시가 올라와 있다.


힘겨운 세상에 사랑이 희망이다 어쩌고 마지막 순간에 있는 힘을 다하는 꽃 저쩌고 사랑은 우리에게 진정한 희망이다.


잘 들었니 포동아.


온갖 밈에 절여진 양산형 쇼츠로 시간을 보내는 백수 엄마에게 조롱 하나 없이 깨끗하고 맑은 단어로 이루어진 시를 읽는 건 정말 어색하고 좋은 시간이었어.


앞으로 매일은 어렵겠지만 네가 내 뱃속을 유독 두들길 때, 아니면 너무 조용할 때, 자기 전 아빠가, 자고 난 후 엄마가 좋은 말을 해보도록 노력해 볼게.


내일 임당 검사가 좀 걱정되긴 하지만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한 3개월 정도 뒤에 실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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