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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너리 May 19. 2024

아바타: 물의 길(Avatar 2, 2022) 리뷰

속편의 한계, 허나 가치 있는 여행

직접적인 스포일러는 없으나, 영화를 감상하신 뒤에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0. 속편의 마법, 제임스 카메론
촬영 중인 제임스 카메론(現 69세)

  영화 <아바타1, 2009>의 속편, <아바타2 : 물의길, 2022> 이 개봉된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영화계에 널리 알려져 있듯,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작품의 후속작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팬들은 무려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영화를 기다렸습니다. 그 이유는 역시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이름에 대한 기대에 있었겠죠.


  역대 '시리즈 영화들' 중에서 전작보다 나은 속편 과연 있었냐고 묻는다면,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영화가 몇 개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는 <에일리언 2, 1986> <터미네이터 2, 1991>은 형보다 나은 아우, 혹은 전작보다 나은 속편으로 평가 받기에 충분한 작품들입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 의해 탄생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제임스 카메론의 마법'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 또 한번, 경이로운 CG
감탄이 절로 나오는 영상들

  아바타 2는 상업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 되었습니다. 세계 박스 오피스를 통틀어, 역사상 가장 큰 수익을 거둔 영화는 <아바타1>입니다. 이어서 <아바타2: 물의 길>은 두 계단 아래인 역대 3위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전작을 능가하지는 못했지만, 형제가 함께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이죠. 하지만 이것만으로 '형만한 아우'가 탄생했다고는 할 수는 없겠습니다. 거두절미하고 평가하면, 제가 감상한 <아바타 : 물의 길>은 전작에 비해 크게 진보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혹자는 <아바타2>의 기술적 진보가 드라마틱하지 않았다고 평합니다. 2009년에 목도했던 CG기술의 발전, 당대에 <아바타1>이 선사했던 충격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거죠. 그러나 저는 이번 작품의 기술적 진보 역시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방대한 러닝타임 속 '판도라의 대자연'을 스크린에 담아내는 데에는 '1초에 2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했습니다. 중심 테마인 '물'을 표현하는 영상의 세밀함은 단연 압권이었죠. 수면 위를 표현할 때에는 스프레이-미스트-공기로 층위를 구분하고 수중 장면에서는 버블-폼 입자를 나누어 물방울 하나 하나에 현실성을 더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디테일의 영화를 10년 넘게 준비하고 스크린에 담아낸 제작진에 존경을 표합니다.


2. 일보 전진. 일보 후퇴
이미 전작에서 본 것 같은 장면들

  칭찬을 늘어놓았으니, 이제 아쉬운 부분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이 영화의 서사는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중심 서사의 구조가 전작인 <아바타1>과 지나칠 정도로 유사합니다. 새로운 부족과 인물들이 등장하고, 후속작을 염두에 둔 설정과 단서들이 흥미롭지만, 단지 그것이 전부입니다. 자연과 인간의 대립 그리고 가족애와 공존에 대한 이야기는 1편의 메시지에 대한 동어반복의 느낌을 줍니다. 판도라의 바닷 속 풍경은 숨이 막힐듯 아름다웠지만, 3시간이 넘는 긴 호흡을 끌어가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결국 <아바타: 물의 길>은 2009년의 전작과 점점 비슷하게 보이는가 싶더니, 마지막에는 '형보다 못한 아우'라는 인상을 주고 맙니다.


3. 그럼에도 가치 있는 여행
2편의 중심인물, 키리(시고니 위버)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바타: 물의 길>은 매우 아름답고 가치 있는 작품입니다. 현 인류의 과학 기술로 외계 행성의 자연을 직접 탐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 그러니 가까운 영화관에 가거나, 디즈니+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판도라의 대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과도 같은 일입니다.


  1994년,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의 초안을 구상한 지도 벌써 3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만약 이번 작품이 실패했다면 그는 이후의 시리즈를 제작하지 않을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번 작품은 크게 흥행하였고, <아바타 3: 씨앗 운반자>는 이미 올 하반기 내에 모든 촬영을 마칠 계획입니다. 처음 5부작으로 구상했던 대로, 제임스 카메론의 상상 속 '판도라의 대자연'은 앞으로 세 차례 더 우리를 찾아올 예정입니다. <아바타 3>의 이야기는 <아바타 2: 물의 길> 이후의 시점으로 이어지며,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인물들이 다시 등장한다고 합니다. 특히 '키리'에 대해서는 여러 복선과 밝혀지지 않은 설정들이 있으니, 다음 작품에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대가 됩니다. 영화 <아바타 3: 씨앗 운반자>2025년 12월 19일에 개봉할 예정입니다.(작성일 기준 D-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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