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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평론가 Nov 03. 2021

갯마을 차차차 : 하얗게! 하얗게! 새하얗게!

너무 깨끗하니까 작은 얼룩이 커보이는


* 스포주의

* '갯마을 차차차' 원작 안 봤음

* 배우의 사생활 논란은 드라마 종영 직후의 것이므로 드라마에 영향이 없다고 생각해서 논하지 않음.


 '갯마을 차차차'는 서울에서 모종의 사건으로 일자리를 잃은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이 어렸을 때의 기억으로 찾아온 청호시 공진동에 왔다가 정착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진동의 마당발이자 반장인 홍두식(김선호)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이렇게 흔한 스토리라인을 가졌음에도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시골을 배경으로 그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내면서 시청자들에게 힐링감성을 전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갯마을 차차차'에 대해서 할 얘기가 많지는 않다. 흔한 로맨틱 코미디물이기 때문이다. 신민아와 김선호의 선하고 무해한 이미지가 실제 포항의 평화롭고 이쁜 그림과 잘 어우러지면서 좋은 시너지를 냈다. 특히 연출적인 면에서 시골의 이쁜 그림들을 잘 담아내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빛을 발했다. 드라마 내용적으로도 크게 튀는 면이 없다. 다만 중반부에 굉장히 어두울 것처럼 깔아두었던 홍두식의 과거가 좀 끼워맞추기 식이라고 느껴진다. 펀드매니저가 투자를 강권한 것도 아닌데 무슨 대역죄 지은 것처럼 묘사되는 것은 설득력이 너무 떨어진다. 제작진 본인들도 제대로 납득을 못했는지 해당 내용을 대충 마무리하고 넘어갔다는 인상을 받았다. 네 글자로 용두사미라고 하면 딱 들어맞을 듯하다.


 사실 이 드라마의 흥미로운 지점은 '시골'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생겨나는 사람들의 감상들이다. 정확히는 도시인들이 보는 지방(시골)에 대한 판타지라고 할까?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현실의 시골을 그리기보다는 도시인들의 환상으로 자리 잡은 시골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시골을 미화했다는 말이다. 이렇게 배경이 미화되면서 시골을 배경으로 할 때 따라오는 전형적인 클리셰들, 시골 사람들의 오지랖이나 텃세 등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웃기지도 않는 '비판'들이 파생했다. 이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일단, '갯마을 차차차'가 이런 '힐링감성'을 위해서 시골이 아닌, 시골 판타지를 그리고 있다는 것은 등장인물에서부터 분명하다. 1차 산업 종사자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방은 1차산업 종사자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또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에 일손이 부족해서 외국인 노동자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선 그런 부분들이 거의 그려지지 않는다. 초반부와 중간중간에 수산물들을 상품으로 다듬는 장면들이 스쳐지나갈 뿐이다. 등장인물 대다수는 3차 산업 종사자들이고 그들의 일터는 홍반장이 필요한, 바쁜 순간에만 보이는 배경이다. 시골의 고되고 힘든 일들이 지워진 것이다. 컨츄리워싱이라고 하면 될까?


 이런 부분이 아주 잘 드러나는 것이 결말 부분이다. 드라마 상에서 '삼시세끼'와 유사한 예능이 공진동을 배경으로 대박을 치면서 공진동이 관광명소가 된다. (1차산업이 지워진) 1차산업의 도시가 관광명소가 되었으니 행복하다 라는 식의 결말은 어딘가 껄쩍지근한 뒷맛을 남긴다.  현실은 현실이고 드라마는 드라마라지만 드라마를 위해 현실의 어둠이 지워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 아닌가. 실제로 이 드라마 방영 후 사람들이 이 드라마 촬영지들을 찾아와 여러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웃픈 일이라고 보인다.


 뒷맛이야 어떻든 '갯마을 차차차'의 시골은 이렇게 이쁘게 세탁되었다. 힘들고 고된 것이 없는, 사람들이 정겹게 오순도순 모여 사는 판타지를 충족시킨다. 그래서 이 드라마엔 그늘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그늘을 그늘로 표현하고자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치기공사 에피소드는 '무지'를 '시골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식으로 퉁치면서 그늘을 지우는 시도다. 이런 표현들은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힐링 드라마'를 만드려고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전달한다. 이 것이 이 드라마에 대한 이상한 비판들이 생겨나는 지점이다. 시골을 너무 이쁘고 깨끗하게 만들려고 하니까 제작진 입장에서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 것들이 '도시인'들에겐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순간이랄까?


 이 드라마 안에서의 첫번째 덜컹거림은 시골 사람들의 오지랖이다. 이 것도 두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시골 오지랖 그 자체고 다른 하나는 이주여성, 여기서는 윤혜진이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것이다. 사실 전자는 논할 가치도 없는 불편함이다. 한국 배경으로 한 컨텐츠들에서 시골을 배경으로 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오지랖을 깔고 간다. 장르는 다르지만 '이끼' 같은 스릴러에서도 발견할 수 있고 '라켓소년단' 같은 비슷한 결의 드라마에서도 발견된다. 시골 사람들의 오지랖이라는 포인트가 '갯마을 차차차'에만 있는 특별한 것도 아니고 배경적인 클리셰에 가까운건데 이게 불편하다는 것은 비판이나 비평 같은게 아니라 트집 수준의 이야기다.


 그리고 후자, 그러니까 윤혜진이 느끼는 불편함의 경우는 피해의식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외부인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 적응과정에서 불편함을 동반하는 것은 현실에서도 곧잘 있는 일이다. 이건 남녀노소를 떠나서 당연하게 있는 일이고 실제 귀농케이스에서 많이 발생하는 경우다. 특히, 불편함의 지적은 윤혜진이 ^여성^이라서 당했다는 말이 뒤따르는데 진짜 납득하기가 힘든 말이다. 이 드라마에선 특별히 텃세도 없었고 오히려 윤혜진이 의사라서 편의를 본 입장이다. 가게 낼 수 있는 곳도, 집도 모두 싸게 구할 수 있지 않았나. 심지어 윤혜진이 편입과정에서 공진동 사람들의 뒷담화를 하다가 걸리면서 공진동 사람들과 갈등이 고조되는 묘사까지 있었다. 윤혜진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당연히 더 불편하고 껄끄러운게 정상 아닌가? 저런 식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다른 세상에 사는건지 뭔지 모르겠다(진짜모름). 


 이 글을 계속 쓰면서 느끼는데 요즘 들어 맥락을 놓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드라마는 최소 16시간짜리 이야기다. 어떤 결과는 사소한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캐릭터의 어떤 욕망은 작은 장면들이 쌓여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사소하거나 작은 것들은 놓치고 결과만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갯마을 차차차'에서 억까들이 많은 것은 이 드라마의 인공적인 아름다움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골의 현실이 지워진 비현실적인 시골에서 현실적인 시골의 관계 같은게 나오니까 사람들이 이런 괴리를 못 받아들인다는 느낌이다. 드라마는 이런 괴리를 극복하고자 등장인물마다 에피소드를 부여하고 입체성을 조각하면서 시청자와의 심리적인 거리를 좁히려고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좋아하게 되는 것과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개연성이나 핍진성이 없는 드라마들이 많고 많지만 그것 때문에 억지로 까이는 드라마는 처음이라 신기한 드라마였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이 드라마가 겉보기엔 흠없이 깨끗하고 깔끔한 드라마라는 뜻이기도 하다. 신민아-김선호 투 샷과 그 배경으로 펼쳐지는 포항 일대의 그림이 너무 압도적이다. 로코의 목적이 연애세포를 일깨우는 것이라면 '갯마을 차차차'는 그걸 200% 만족하는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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