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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평론가 Dec 15. 2021

라켓소년단 -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보기 드문 스포츠성장물이... 잘만들기까지 했어...?

드라마 <라켓소년단> 메인포스터


 우리나라에서 스포츠물은 좀처럼 찾기 힘든 장르다. 인기 스포츠는 규모가 크다. 축구를 예로 들면 감독, 선수, 심판을 포함해 27명이 필요하다. 이제 인원이 충족되면 그 인원들에게서 제대로 된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다. 이걸 편집의 힘으로 어떻게 어떻게 만들어볼 수 있겠지만 그러면 드라마의 느낌보다는 만화적인 느낌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상대선수가 태클을 걸어오는 장면 하나, 그 태클하는 다리를 크게 잡는 것 하나, 그 구도에서 주인공의 발이 그걸 쉽게 제치는 장면 하나, 전체화면으로 치고 나가는 식으로 말이다. 소위 그림이 안나온다는 말이다.


 이렇다보니 방향성을 선회하게 된다. <스토브리그>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스포츠'경기'물이 아니라 스포츠'경영'물로 선회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선수들에 대한 비중을 줄여서 경기묘사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되 스포츠에 대한 다른 시점을 제공한다. 이게 아니면 아예 비인기 스포츠로 가게 된다. 이 경우에는 다른 서브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하기도 한다. 로맨스코미디를 합친 <역도요정 김복주>가 대표적인 예다(이 경우는 스포츠물보다는 로코물이 맞긴 하다). 이 글에서 다뤄볼 <라켓소년단> 역시 이런 종류의 드라마다.


 <라켓소년단>은 스포츠물에 성장물을 더한,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인 스토리다. 주인공과 동료들이 성장해나가면서 고군분투하고 끝내 목표를 이뤄내는 이야기라는 말이다. 이 스토리 장르는 일본의 만화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전형적인 설정들이 빠지지 않는다. 오그라드는 대사를 날려대는 자아도취적인 포텐만땅 주인공, 어렸을때부터 라이벌이었던 조연, 그리고 그 사이의 여주인공 같은 설정들 말이다. 캐릭터의 주요특징을 익숙한 구도를 통해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많은 이해를 요구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러면서도 클리셰들을 재미있게 잘 비틀고 이용했다. 보통의 소년물에서 남녀의 역할이 바뀐다던가, 남주가 재능충인데 여자는 더 재능충이라던가. 뿐만 아니라 모난 대사나 자극적인 연출도 없어서 좋았다. 이런 건전한 태도들은 체육계의 어두운 부분을 그릴 때도 유지된다. 미화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그런 것들을 고쳐나가야 하는, 옳지 않은 악폐습 혹은 제도라고 분명히 짚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좋았다. 전반적으로 건전&건강한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잘 잡아가면서 만들어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들이 탄탄하고 본 궤도에도 잘 안착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입체성과 캐릭터성이 잘 만들어졌다. 특히, 코치이자 부모인 윤현종(김상경)과 라영자(오나라)의 성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뻔하다면 뻔한 장치지만 청소년기 자녀와 부모의 대립을 중후반까지 잘 끌고 가면서 상호간의 성장을 이뤄내는 빌드업이 매우 좋았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잘 구성되었으니 경기묘사만 잘하면 된다. <라켓소년단>은 그런 면에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보여준다. 윤해강의 스매싱을 좀 과장되고 만화스럽게 표현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꽤 그럴듯한 그림들이 많이 나왔다. 진짜 저런 퍼포먼스가 나온건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자세 연습은 열심히 했고(이건 배드민턴 강습 받아도 함) 셔틀콕은 CG였다. 아무튼 이런 꼼수라면 꼼수를 통해 경기 묘사 자체도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배경이 시골을 위주로 하다보니 시골학교 혹은 지방시골의 현재를 녹이려는 노력도 보인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진학을 위해 좀 더 큰 도시로 이사 가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외유를 위해 찾아온 도시사람들과 지역민들과의 마찰, 그리고 지방의 노인사회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을 보여준다. 기획의도에서 배드민턴, 귀촌, 중3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 이유가 있다는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은 잘 녹아든다기보다는 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다. 요즘 이런 드라마들이 좀 많아지고 있는건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 메인 스토리와 서브스토리를 따로 가져가는데 두 이야기의 질감과 결이 너무 달라서 잘 결합되지 않는다. <라켓소년단>의 후반부에는 부동산 사기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이 이야기는 아예 별개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서브스토리가 아니라 또 하나의 메인 플롯이 되는데 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빌드업 자체는 좋았는데 이게 메인스토리로 합쳐지는 빌드업이 아니라 별개의 플롯이 되는 빌드업이 될줄이야... 작가가 욕심을 부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량하고 기분 좋은 드라마인 것은 확실하다. 보다가 좀 이상하다 싶은 시골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면서 봐도 감상에 전혀 지장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과 드라마라는 두 키워드의 드라마들은 대부분 <인간수업>과 같은 범죄물이나 우울한 분위기가 많았다. 그런데 오래간만에 밝고 유쾌한 드라마였다. 특별히 취향을 타지도 않고 무난하게 잘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색감도 이쁘고 풍경도 이뻐서 여러모로 눈이 즐거운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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