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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평론가 Dec 23. 2021

아이돌 드라마... 꼭 해야하나요...?

올해 아이돌 다루는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점.

 오늘은 특정 드라마를 다루기보다는 아이돌을 다루는 드라마들이 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안나 카레리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했다. 하지만 불행한 아이돌 드라마들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불행하다. 이 불행에 대해서 살펴보고 싶다.


 우선 제일 크고 근본적인 문제는 연애다. 아이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자칭 리버럴 및 좌파 etc)은 이 산업의 핵심이 유사연애인 것을 부정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부정하려고 들어도 해당 산업의 본질은 유사연애다. 이걸 포장하겠다고 부모의 마음이니 뭐니 해봤자 포장만 개같이 멸망할 뿐이다. 어쨌든 이 산업의 본질이 유사연애에 있기 때문에 아이돌의 연애란 팬들에게 늘 민감한 문제다.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랄까?


 그렇다보니 아이돌의 축복받는 연애를 긍정하는 순간 핍진성이 소멸한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이 들고 결혼적령기와 비슷해지면 모르겠다. 근데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은 당장 인기탑급인 아이돌이다. 그런 아이돌의 연애가 축복 받는 일은 없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처럼 스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수록 연애의 후폭풍 역시 거셀 수 밖에 없다. 팬들은 늘 스타가 본인들에게 충실하길 바란다. 아이돌의 축복받는 연애? 쉽지 않다. 있지도 않고.


 이렇게 극에서 핍진성이 박살났으니 주인공에 대한 보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인공이 팬들을 엄청 아끼는 설정을 추가한다. 연애를 하는 것 자체로 틀려먹었지만 드라마는 진행되야 하기 때문에 연애도 긍정하고 팬들도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주인공은 (연애한다는 사실만 빼면) 모든 면에서 완벽하거나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 된다. 그래서 팬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려는 모습이나 배려하는 장면을 주기적으로 보여준다. 구멍 자체를 메울 수 없으니 물이라도 퍼내겠다는 것이다.


 직업인으로서의 주인공이 완벽해졌고 남자로서의 주인공은 로맨스에 적합해야 한다. 그러면 주인공의 갈등요소는 가족 정도 밖에 남지 않게 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가족을 등장시켜서 주인공의 내면을 보여줄 차례다. 이제 숨겨둔 가정사가 쭈욱 나오고 주인공이 왜 그런 성격이 되었는지, 여주인공의 어떤 행동에 왜 발작버튼이 눌리는지에 대한 미스테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작가의 취향에 따라 가족과 여주인공을 둔 막장극이 될 수도 있고 아님 모두가 행복해지는 경우도 있다. 재벌가의 숨겨진 자식, 아니면 유명배우의 자식이지만 사이가 좋지 않다는 뻔한 클리셰들이 여기서 비롯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캐릭터의 많은 부분이 완전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다. 갈등의 여지를 원천봉쇄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음해다. 이건 입장차이도 없고 선악이 명백한 문제다. 그러므로 주인공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선악 대비구도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선악 구조의 이야기가 되면 갈등 구조가 뻔해지고(주인공은 잘했고 나머지는 못했으므로) 그러면 이야기가 유치해지고 뻔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정의는 승리한다!' 이거 말고 보여줄 수 있는게 뭐임!


 핍진성 없지, 캐릭터 재미없지, 이야기 뻔하지. 이렇게 삼위일체를 이루고 나면 이 드라마는 오글거리는 삼류 드라마가 된다. 근데 심지어 이런 드라마들은 수요도 없다는게 문제다. 아이돌 관련 컨텐츠는 아이돌 팬덤이 주로 소구할텐데 팬덤 입장에서 내 가수의 연애는 끔찍하니까 안본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기는 커녕 중간도 안가니까 드라마 팬이나 대중성도 안붙어서 사람들이 안본다. 이렇게 소거하고 나면 아주 소수의 배우 팬들 말곤 안본다는 결론에 이른다. 아무도 안 바라는데 왜 만들어지는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진짜 모름).


 이렇게 보니 드라마 내적으로나 프로덕션적인 측면에서나 이런 종류의 드라마는 망하는게 맞는거 같다. 제일 큰 문제는 이런 드라마들이 꾸준히나오고 꾸준히망한다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벌써 <이미테이션>과 <IDOL[아이돌:THE Coup]> 두 개가 나온다. 후자는 그래도 연애는 안하지만 뭐 연애감정으로 호의를 베푸는 남자 주인공들 사이에 있으니 크게 다른거 같지도 않다. 조만간에 한번 이 드라마에 대해 다룰 계획이다. 아무튼, 발전이 없다면 앞으로 나오는 아이돌 드라마들은 계속해서 망할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이건 실패 이후 반성이 있을때의 얘기다. 지금과 같은 무지성 실패는 나락의 어머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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