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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끼똥 Sep 22. 2022

달라졌다.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안녕하세요. 헬린이입니다


  갑자기 온 헤어짐은 스무 살부터 가족이 된 엄마의 아저씨가 앓던 대장암으로 인사도 없이 돌아가신 것이다. 엄마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담담하게 얘기하는데 나는 아무 준비를 하지 못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건 매일 오던 연락이 더이상 오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고 일주일이면 익숙해졌지만, 가족과의 이별은 하룻밤 자고 일어난다고 해서 괜찮아지는 게 아니었다. 30대로 접어들어 처음 겪는 일이라 이런 게 방황인가 라는 생각이 들 틈도 없이 며칠을 무언가를 잊은 채로 지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사람처럼 자리에 앉아 있다가 눈물이 나고, 길거리에서도, 집에 가는 버스에서도 마스크 속으로 눈물이 흘러 들어갔다.


  처음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낼  없을  같았다. 웹에서   있는 간단한 우울증 테스트에서 상담이 필요한 수준이라는 지수가 나와 지역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근처에 방문할만한 병원을 묻는 울먹이는  목소리에 상담직원의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안쓰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한차례 목메여 울어버리고는, 마음이 후련해졌는지, 병원은 찾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마음이   것이 머리에 이제야 닿았는지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없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는 운동하는 사람이 참 많았다. 전부터 피티를 받아 보고 싶었기에 동료의 추천을 받아 몇 군데 비교해보고 회사와 가까운 피트니스 센터와 상담 후에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목표는 체중감량과 체력증진이라고 트레이너에게 이야기해두었지만 큰 목적은 없었다. 일주일에 2번 정도 피티를 받고, 개인 운동까지 주 5일 운동시간에 스케줄을 맞추고 좋아하던 달콤한 음료와 디저트도 제한했다. 하루 중 먹은 음식을 찍어 트레이너에게 보내주곤 했다. 식단도 운동도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셨다. 인생에서 이렇게 운동에 집중한 적은 없었다. 수업 중에는 내 몸무게에 달하는 무게를 내 손으로 들기도 했다.


  하루  나를 바라보는 유일한 시간은 운동할 때였다. 웨이트를 하게 되면 자세를 보면서 해야 하는데, 이때 거울을 보는 시간이 많다. 보고 싶지 않아도 자세가  되고 있는지 자극이  들어가 타겟 부위가 움직이고 있는지를 봐야하는데 예전에는 몰랐던  작은 몸이 너무 귀엽고, 운동해서 붙은 보일듯 보이지 않는 잔근육들이 단단하고 야무져 보였다. 힘들게 운동한 다음날 아침 일어날  느껴지는 근육통들이 반가웠다. 작은 성취감들이 모여 하루를 잘살고 있는 나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맛있는 것도 먹여주고 싶고, 예쁜 옷도 입혀주고 싶고 앞으로  재밌게 살아보라고 아껴주고 싶단 생각으로 가득 찼다.하루를 한 주를 계획있게 관리하면서 살기 시작했다.



   졌던 머리카락은 병원치료를 받아 새롭게 나게 되었고, 등록한 헬스장이 끝나 운동을 쉬는 사이 예전의 몸무게로 돌아왔지만 그때와 분명히 달라진 점은 혼자 운동하는 , 다시 시작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없는 인생이지만, 깊은 시름에 빠졌을  슬픔을 흠뻑 머금다 재빨리 일어날  있도록 마음의 근육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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