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by 길은연

오늘 점심을 먹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형사라면...

중학교 때 꿈은 형사였다. 하루 종일 탐정 책을 시리즈로 읽으며 상상의 날개를 펴고 있었다. 작은 단서에서도 답을 찾아내는 모습이 나 인양 신나서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그날도 이렇게 식구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식사 중에 아버지께서 "너는 꿈이 뭐니?" 하고 물으셨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형사요." 하고 대답했다가 호통을 들었다.

"계집애가 조용히 있다가 시집이나 가지. 무슨 형사냐? 그게 얼마나 험한 일인데..."

언제나 조용하게 낮은 음성으로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꿈을 말한 거였고 그 후로는 꿈을 물어보지 않으셨다.

그땐 그랬다. 여자는 그런 일을 하면 안 되는 때였다. 부모님은 오직 공부만 하라고 하셨고 그 길만이 세상을 편히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땐 아직 어렸고 아버지 말씀은 하늘과도 같았기에 반발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꿈은 접어 두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런 종류의 책을 보면 가슴이 뛴다.

작은 실마리가 커다란 몸통을 끌어낼 때는 아직도 가슴이 쿵 뛴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작은 힌트에 숨겨진 커다란 진실을 찾으려는 게 습관처럼 되어있다. 상대방의 말속에서 그 배경을 찾고 원인을 찾고 그 사람의 숨겨진 마음을 읽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책을 많이 읽었다. 그중에서도 철학 책과 심리학 책을 많이 읽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내가 원하는 일은 할 수 없었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자 부모님께서는 여자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최고라고 말씀하시고는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이 일로 어느 정도 돈도 벌었다. 이 일도 재미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놓아버린 꿈 한자락이 숨어있다.

40대 중반쯤 어느 역술가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분이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꿈이 뭐였어요?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형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아 그 직업은 선생님한테 딱 맞는 직업인데 왜 안 하셨어요? " "그렇게 말했다가 혼났어요." 했더니 그분은 아 부모님께서 이런 거 안 보시나 보다 하고 말씀을 하는 게 아닌가. "사람은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이 있는데 그건 마음에서 당기는 법"이라고...

아뿔싸 그랬구나. 그래서 내 마음이 반응을 하는 거구나. 하지만 내가 만약 그 길을 갔더라도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았겠지. 아마도 중간에 그만두었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꿈만 꾸다 그만둔 일이기에 이렇게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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