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참새

by 길은연

눈이 내리고 며칠이 지난 후 날씨가 푹해지자 눈이 녹아 길이 질척거렸다.

오랜만에 보는 겨울 햇살이 눈이 부시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먹자골목에 있는 김밥 집을 찾아갔다.

공부하고 있는 막내에게 돈가스와 김밥을 사다가 주기 위해서다.

응달엔 아직 눈이 녹지 않고 곳곳에 남아있다.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 낮에는 한가하다.

김밥 집에 들어가 돈가스와 김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창밖에 참새 서너 마리가 보였다.

종종 걷는 참새가 귀엽다고 생각하며 바라보는데 뭔가를 먹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바닥에 하얀 쌀알이 보였다.

아. 쌀을 주워 먹는구나.

누가 참새를 위해 쌀을 조금 뿌려주었다고 생각했다.

음식을 받아들고 집으로 오려는데 아직 참새가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참새가 귀여워 조심조심 다가갔다.

참새들은 도망가지도 않고 먹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쌀이 아니다. 그것은 제설제였다.

순간 먹지 못하게 쫓아버려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먹으면 좋지 않을 텐데.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이미 많이 먹었을 터인데 어찌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제설제.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마구 뿌려대는 화학약품.

눈을 녹여주어 사람들이 다니기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자동차에도 좋지 않고 눈이 녹으면 오수로 흘러들어가 물을 오염시킨다고 들었다.

수분을 흡수하는 원리로 눈을 녹게 만드는 과정에서 열을 발생시킨다고 들었는데 참새가 먹었으니 그 작은 뱃속에서 열이 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멀리서 봤을 땐 모양이 영락없는 쌀알이다. 그래서 참새도 쌀로 생각하고 먹었겠지.

겨울이어서 배가 고파 더욱더 열심히 먹은 것 같은데 어떡하지?

집에 와서도 내내 마음에 걸렸다.

내 속이 부글거리는 것 같다.


작은 한숨이 나온다. 바보 참새.

우리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똑같이 바보 같은 짓을 한다.

같은 잘못과 실수를 반복한다. 일일이 다 헤아릴 수도 없다.

옆에서 바르게 알려줘도 그게 바른지 틀렸는지 모른다.

한 치 앞을 모르고 당장 좋으면 된다는 짧은 생각이 우리의 건강과 재물과 인간관계까지 모두를 위험하게 만든다.

불교에서는 모르는 건 죄라고 말한다. 모르고 하는 건 죄가 아니라는 말과는 정 반대다.

모르고 하는 잘못된 행동은 죄책감도 없고 반성도 없고 다음에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생명에 관계되는 것은 알아야겠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했으니 말이다.


우리도 참새들과 다를 게 없다.

바보 참새들.

불쌍한 참새들.

우리도 불쌍한 참새들이다.

작가의 이전글큰 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