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휴가란 그냥 쉬는 것이다. 일하지 않고 쉬는 것. 그런데 쉬는 것이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뭔가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한 사람들에게 그냥 쉬는 것은 휴가가 아니다.
어떤 이에게 휴가는 돈을 받고 일하지 않는 것이다. 휴가 기간에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고 (사실 연봉 개념으로 보면 12달로 쪼개 주는 것일 뿐, 쉰다고 돈이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닌데 기분은 그렇지 않다.) 일은 하지 않으니 그것이 휴가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무급휴가를 해야 하는 자영업자는 진정한 휴가를 누리기 어렵다. 무급은 커녕 임대료 등을 비롯한 일상경비는 그 순간에도 지출하니 자기 돈 내고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는 셈이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 휴가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평소 출근하느라 못했던 일을 하는 것. 그것이 휴가이다. 나는 여기에 가깝다. 평소 가지 못했던 여행을 가거나, 만나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거나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이 휴가다.
오늘은 제대로 휴가를 즐겼다. 평소라면 꿈꿀 수 없는 오후 시간에 영화를 봤다. 코로나 19로 한적했겠지만, 평일 오후라 더 한적했을 영화관에서 다행히 좋은 영화를 봤다.
게다가 평소 밤까지 일하던 나로서는 지인을 저녁 시간에 만나기 어려운데, 오늘은 저녁 시간 평소 뵙고 싶었던 페이스북 친구를 실물영접할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처음 뵙는데도 기꺼이 맘을 열어 자신을 내보여주셔서 그 세계로 한걸음 다가선 느낌이었다. (물론 순전히 내 개인 감정이다.) 그 분의 삶 이야기를 들으며 참 나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구나 싶었다. 스토리가 있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그 분들에게는 송구하지만 아무 스토리가 없는 나로서는 부럽기도 하다.
내일 죽을 수도 있기에 오늘을 의미있는 삶으로 채워야 한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내일은 내가 찾아가서 보고 싶었는데, 망설이고 있을 때 기꺼이 그 멀리서 나를 찾아와 준다는 페이스북 친구가 있어서 반갑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도 또 다른 페이스북 친구를 뵙기로 해서 평소라면 꿈꿀 수 없는 시간을 갖게 되어 비록 훌쩍 떠나지는 못하지만 일상의 만남에서 벗어나 새로운 만남을 가질 수 있기에 휴가임을 실감한다.
사실 진정한 휴가란 얽매이지 않음이다. 꼭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괜찮은 일로 가득차 있다는 것.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휴가의 본질 아닌가 싶다.
일상을 그리 살 수 있다면 그것이 휴가일 것이다. 과연 나는 선택한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선택되어 순종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일상이 휴가이길 바라지만 슬프게도 어떤 이는 휴가가 일상이기도 하니.....그저 일상은 일상이고, 휴가는 휴가이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