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반복이다. 그리고 그 반복은 나에게 끝없는 끝으로 다가온다. 무언가를 이뤄내면 그 다음에는 또 다른 과제가 기다리고, 정상에 올랐다 생각하면 또 다른 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끝없는 여정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그 과정을 선택한 건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종종 이야기하는 시지푸스의 신화는 삶을 설명하는 데 꽤 유용한 비유다. 커다란 바위를 산 정상까지 밀어 올리고 나면 다시 굴러떨어지는 이야기. 언뜻 보기엔 헛된 노력처럼 보이지만, 그 행위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나에게 이 반복은 단순히 주어진 숙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의 모습이다. 그래서 이를 즐기려고 한다. "바위를 올리는 그 순간, 내가 나 자신을 창조하고 있다"는 깨달음이 이 여정에 의미를 부여한다.
나라는 존재는 완성형이 아니다. 지금의 나는 이렇다고 확신하지만, 내일의 나는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더 많은 경험, 더 많은 배움이 쌓이면 자연스레 생각도 변한다. 이 변화는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현재 나는 '열린다'는 개념으로 나를 정의한다. 내가 생각하는 진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상태로 존재한다. 닫힌 철학이 아닌, 열린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둔다.
삶은 모순적이다. 세상에는 절대적인 답도, 완벽한 기준도 없다. 하지만 그런 모순이야말로 인간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절대적인 신념은 허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허상조차 갈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나는 알베르 까뮈가 말한 부조리 속에서도 무언가를 찾으려는 인간의 태도를 삶의 본질로 본다. 허무한 현실 속에서도 나아가고자 하는 힘. 그것이 곧 나의 철학이다.
학생들에게 종종 묻는다.
"너희는 절대적인 것이 있다고 믿니? 아니면 그것들이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생각하니?"
이 질문은 단순히 철학적 논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각자 스스로의 세계를 탐구하고, 자신의 삶을 정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나는 내가 아는 철학을 통해 그 길을 열어주는 안내자일 뿐이다.
결국 삶은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끝없는 끝을 향해 걸어가며, 나는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이 바위를 올리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그 답은 언제나 한 가지다.
"이 바위는 내가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
내가 가르치고 배우는 모든 것은 여기서 출발한다. 끝없는 여정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내가 내 삶을 선택해간다는 것. 이것이 내가 사는 이유이며, 가르치는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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