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찰을 전하는 아이] 초5 독서논술 수업일기
내가 가르치는 독서 논술 수업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 한 권을 펼쳤다. 제목은 「서찰을 전하는 아이」. 표지 속 소년의 진지한 얼굴이 마치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얘들아, 이 이야기에 담긴 서찰에는 무슨 뜻이 숨어 있을까?” 내가 묻자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수업의 시작은 늘 책 속의 한 문장에서 출발한다. 오늘은 “한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구한다.”는 말이었다. “선생님, 이 말은 정말로 한 사람의 목숨만 구하는 걸까요?” 민혁(가명)이 궁금해하며 입을 열었다. 나는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한 사람을 구하는 게 왜 세상을 구하는 걸로 이어질까?” 지민(가명)이 바로 대답했다. “전봉준처럼 큰 일을 이끄는 사람을 살리는 건 결국 더 큰 변화를 만드는 일이니까요.” 순간, 아이들의 눈 속에 맑은 호기심과 진지함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찰에 담긴 이야기에서 동학농민운동으로, 다시 그 시절 보부상들의 지혜로 대화를 이어갔다. 사발통문 이야기를 할 때는 웃음도 터졌다. “왜 동그랗게 썼는지 알아요? 누가 주동자인지 모르게 하려고요!” 서연(가명)이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그런 방식으로 서로를 지키면서도 큰일을 해냈던 거지.” 역사책 속 삭막했던 사건들이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갑자기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순수한 감각과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두 냥을 지불하고 한자를 배운 이야기를 할 때도 그랬다. “선생님, 저는 돈이 아까울 것 같긴 한데, 그걸 모르면 서찰을 전할 수 없으니까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서연의 대답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돈의 가치, 소비의 의미,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위해 지불할지에 대해 아이들과 깊은 얘기를 나눴다. 나는 가르친다는 것이 참 묘하다고 느낀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이, 그 질문이 나 자신에게도 되돌아온다.
책을 읽고 이야기하며 우리가 얻는 것은 지식만이 아니다. 그것은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 사람들과의 연결,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이유 같은 것들이다.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책이 단순히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수업이 끝날 때쯤 나는 말했다. “자, 다음 주엔 돈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그러자 민혁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럼 이상한 돈은 선생님이 사 오세요!” 모두가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수업은 그렇게 끝났지만, 아이들이 나눈 이야기와 내가 느낀 기쁨은 한동안 마음속에 남았다.
책 속 이야기는 우리 삶과 연결된다. 그리고 그 연결은 한 사람의 사고를 확장시켜 세상 전체를 바라보게 한다. 아이들과 함께한 이 순간들이 바로 그 증거였다. 나는 그날, 수업이 아니라 함께한 대화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