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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배 Sep 01. 2019

더 이상 협박이 통하지 않는 세상

초등학생을 위한 기본소득 이야기 1

“야, 너 그럴 거면 당장 집에서 나가? 내가 나 좋으라고 이래? 너 위해서 그동안 해준 게 얼만데. 네 멋대로 할 거면 당장 꺼져. 너 나가서 네 멋대로 하고 살아. 알았어? 나도 말 안 듣는 너 같은 자식 필요 없어.”


@픽사베이


드라마 속 대사일까요? 아니면 한 번쯤 부모님께 혼날 때 들어본 말인가요?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꼭 이런 ‘협박’ 아닌 ‘협박’으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이런 말 듣고 ‘욱’해서 설마 진짜 가출한 적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참 미리 밝혀 둡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가출’을 선동하는 것은 결코 아니랍니다. 그저 부모님들은 왜 이렇게 말씀하시는지? 그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그걸 한 번 같이 따져봤으면 해서 꺼낸 이야기일 뿐입니다.


어렸을 때는 ‘나’가 특별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보시기에도 참 예쁜 ‘아들’,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몸’도 자라고 ‘마음’도 쑥쑥 커져갑니다. 그러면서 ‘나’가 본격적으로 형성됩니다.


예전에는 ‘나’보다 ‘자식’이라는 역할이 강조되면서 ‘나’의 권리보다 ‘자식’으로서 도리가 더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늘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는 착한 자식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식’으로서 살기보다, 각자 한 개인으로서 ‘나’의 삶이 부쩍 강조되는 세상입니다. 민주주의 발달 과정에서 ‘인권’이 향상된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그런데 부모들은 자식에 대해서 자신의 ‘일부’라는 생각이 여전히 강합니다. 심지어 과거 부모들은 자식을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또는 자신의 또 다른 ‘분신’으로 여겼지요. 그렇다 보니 긍정적인 면에서 보면 자식은 무한한 사랑과 헌신의 대상이었습니다. 반면 부정적인 면으로 보면 자식은 단지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로 여겼습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어려서 ‘나’를 별로 주장하지 않았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부모님께 보호받는 것이 더 편했고, 늘 모든 일을 부모님께 의존했습니다. 먹는 것, 입는 것 등 최소한의 삶 하나하나에 부모님의 손길이 닿아야만 여러분이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픽사베이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여러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더 이상 밥을 먹여주지 않아도, 옷을 골라주지 않아도 여러분이 혼자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은 부모님과 있는 시간보다 친구와 함께 보내는 것이 더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부모님과 있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습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님은 자식의 그러한 성장을 선뜻 인정하지 못합니다. 여전히 말 잘 듣는 자식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충돌하고 갈등이 빚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가장 폭발하는 시기가 이른바 ‘사춘기’입니다. ‘사춘기’는 단지 수염이 나기 시작하고, 겨드랑이에 털이 나며, 생리를 시작하는 등 몸의 변화만 나타나는 시기가 아닙니다. 몸의 변화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나’의 삶을 꿈꾸는 마음의 독립이 일어나는 때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적’ 독립이 없다는 점입니다. 몸과 마음은 부모님으로부터 의존하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되었는데 막상 삶에 필요한 ‘돈’ 문제에서는 부모임 없이는 해결할 수 없기에 자식들은 부모님에게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에게도 ‘돈’이 주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도 최소한 부모님의 ‘협박’은 사라질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말 안들을 거면 나가라는 말씀은 사실 진짜 나가라는 게 아니거든요. ‘돈’을 무기로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랍니다. 그런데 그 부모님만 갖고 있었던 ‘돈’이라는 무기가 소용이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모님들과 자식들과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지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할 어리석은 부모님은 안 계실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들으며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나요? 아, 부모님의 협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내 삶을 살 수 있다니 참 기쁘다. 이런 생각을 하나요? 아니면, 그러면 뭐해? 우리에게 ‘돈’이 없는데, 누가 우리에게 돈을 줘. 그러니 이것은 그냥 헛된 ‘공상’ 일뿐이야. 이런 의문이 드나요?


만약 여러분에게 매월 30만 원씩 돈이 주어진다면 어떨까요? 초등학교 5학년 정도면 이미 통장에 3000만 원 정도의 돈이 있다면 그러면 어떨까요? 


그런 돈을 누가 주냐고?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고요?


바로 지금부터 제가 이야기할 ‘기본소득’ 운동이 꿈꾸는 세상에서는 그것이 현실이랍니다. 


다시 한번 당부합니다.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기본소득’ 받아서 ‘가출’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부모 말 안들을 거면 내 집에서 당장 나가!”라는 협박에서 벗어나 부모와 자식이 좀 더 대등한 관계에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가정에서도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게 되겠지요.


그런데 ‘기본소득’이 뭐 길래? 월 30만 원씩을 어린이 여러분에게도 준다는 것일까요? 도대체 무슨 계산으로 초등 5학년 정도면 이미 통장에 3000만 원 정도의 잔고가 있다는 것일까요? 


지금부터 ‘기본소득’에 대해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보려고 합니다. 초등학생 고학년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본소득’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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