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메일을 주로 써왔다. 요즘은 사실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sns를 쓰느라 e메일을 쓸 일이 많지 않다. 어느새 메일함에는 광고만이 수북하다. 그렇게 자주 사용하지 않다보니 자꾸 잊혀진다.
그런데 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 운영위원 일을 맡으면서 단체의 메일 발송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는 g메일을 쓴다. 문제는 g메일이 있기는 하지만 난 써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라벨이니, 숨은 참조니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난 그냥 회원들 모두에게 정기총회 자료집을 보내면 되는데, 일단 주소록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g메일을 아무리 샅샅이 찾아봐도 주소록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구글링을 통해서 주소록은 별도로 있다는 것을 겨우 알았다.
그런데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따로 메일을 보내기에는 일이 너무 많다. 그냥 단체 메일로 한 번에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아무리 구글링을 해도 잘 찾아지지도 않았다.
이전 담당자에게 문의를 했으나 연수에 들어가서 쉽게 연락이 닿지도 않았다.
결국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받는 사람]을 클릭하면 주소록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든 사람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한 것일텐데, 아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쉬운 방법일텐데 처음인 사람에게는 너무도 높은 벽이다.
사실 대단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고도의 작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소한 장벽, 접근성이 스스로를 좌절하게 만든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낯설어서 그런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늘 부딪치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많이 가르쳐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선생님과 처음 배워서 모든 것이 낯선 학생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잘 메꿀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이다. 그래서 선생님은 늘 '처음처럼'이 되어야 한다. 어찌보면 선생님의 비극은 계속 나아가지 못하고 1년을 주기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데에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암울함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숙명이 싫다고 계속 나아간다면 학생들은 자존감을 갖을 수 없다. 자신들이 처음이라 낯설어서 생기는 문제를 능력 부족의 문제로 오해할 수 있다.
자신이 익숙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누군가는 처음이라 낯설고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 그것이 또 다른 배려의 모습일 것이다.
이렇게 난 g메일의 기능 하나를 더 익혔다. 낯섬에서 점점 익숙함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치지 않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