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사과한 이야기
초6 남자 아이들과 2년 여의 독서교실 수업을 마무리 하는 날. 코로나 19로 인해 결국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 온라인 화상 수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2년 여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 평가를 하고, 친구 평가, 자신 평가 그리고 끝으로 선생님 평가가 이어졌다.
사실 수업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화도 많이 내고, 잔소리도 막 퍼부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듣는 것은 애당초 기대하지도 않았다. 늘 평가는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가르쳐왔던 터라 심호흡을 깊게 하고 아이들의 평가를 담담히 기다렸다.
망설이던 한 아이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설명을 할 때 재미있는 예를 많이 들어주어서 기억에 잘 남게 해주었습니다."
그 다음은 수업 초반 나와 극심하게 대립했던 아이였다. 그 아이는 한참을 망설이는 듯 했다. 그러더니 어렵게 입을 뗐다.
"수업을 재미있게 흘러가게 해주었습니다."
그 다음 아이는 과분한 칭찬을 해주었다.
"심하게 혼내기 보다는 알아서 고치라고 말씀해주셨고, 이해하는 것도 모자라 뇌에 박히도록 설명을 해주셔서 그동안 만난 선생님 들 중에 가장 좋은 선생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은 가장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던 아이 차례다.
"즉석에서 토론을 잘 만들어내고, 토론 진행을 잘하는 고수였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어했으나 막판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던 아이는
"제가 그동안 여러 논술을 해왔는데 한마디로 그 중 최고였다."
라고 말했다.
내가 아이들을 잘못 가르쳤나 싶었다. 솔직하게 평가를 하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차마 선생님 앞에서 싫은 소리를 못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의 예상 밖 평가를 듣고 난 말했다.
"선생님이 먼저 여러분에게 사과를 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얼마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아내가 여러분 수업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정말 착하다고 칭찬을 했습니다. 전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그동안 여러분들이 과제 제대로 안 해오고, 수업 열심히 참여 안한다고 구박을 엄청 했는데 그런 여러분이 다른 또래 6학년에 비해서 엄청 착한 것이라니 제가 여러분을 막 대했구나 싶어서 미안했습니다.
제 말로 인해 상처받은 일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여러분들이 조금 더 수업을 통해 얻는 것이 많았으면 하는 제 욕심 때문에 그랬던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여러분을 미워하거나 그런 마음은 전혀 없었다는 것을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아이들을 혼내고 사랑해서 그랬노라고 변명하는 그런 뻔한 이야기를 늘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마지막을 당부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이 여러분의 인생을 잘 사는 것입니다. 그 인생을 살아가는데 독서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선생님은 여러분들이 책읽는 기쁨을 갖기를 바라지만, 꼭 책을 읽어야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그저 여러분이 그런 행복도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또 한 번의 잔소리로 수업을 맺었다. 그 잔소리가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꽃을 피우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거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혼내도 금방 킥킥거리고, 뒤돌아서면 또 장난치가 바빴던 아이들. 그냥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어른 욕심에 선생 욕심에 내 계획대로 빨리빨리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나 스스로 화를 내었던 것이다.
더 좋은 선생님이 되어 그들 삶 속에 녹아 내려야 한다는 것을 뻔히 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늘 아쉬움만 남는다. 그래도 해맑게 좋은 점을 이야기 하는 아이들이니 아내 말대로 참 착한 아이들이다. 그 착함이, 아이다움이 언제까지 지켜질지 모르겠지만, 늘 학원에 쫓겨 사는 아이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도 아이들은 그 안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나 역시 선생으로서 성장하고 있나? 문득 그런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