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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배 Apr 18. 2021

왜 가난한 사람이 부자와 1등을 걱정하고, 지지하는가?

늘 궁금했다. 부자들은 자신의 이익에 충실해서 투표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중산층은 왜 자신의 이익이 아닌 부자의 이익을 더 많이 걱정하는지 이상했다.


최근 치뤄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57.50%를 득표해 당선되었다. 그런데 강남구에서는 이 보다 높은 73.54%를 득표했고, 특히 부의 상징으로 불리는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는  92.57%를 득표했고,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는 92.16%를 득표했다. 공시지가를 현실화하고, 보유세를 올리려는 더불어민주당 정권에 맞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투표였다.


그런데 전통적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들이 살며, 중산층과 서민이 주로 산다는 강북 지역에서도 오세훈 후보가 우위를 보인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물론 현정권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 뿐만이 아니라 많은 선거에서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진보, 좌파 정당은 늘 미미한 득표를 하고 다수의 서민과 노동자들은 기성 정당에 표를 나눠주었다.


최근 그 까닭의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대전시 교육감 진보 후보로 출마했다가 47%의 득표율로 석패한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과의 대화 중 '떡고물 심리'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 궁금증은 자기 자식이 전교 1등 ~10등 안에 드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다수는 중간이거나 하층인데 왜 다들 sky대학에만 관심을 쏟는지 그것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대답으로 나온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박혀있는 인식이 있는데, 자기 마을에서 또는 동문에서 누군가 성공하면 그 사람 덕분에 마을이, 동문이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는 떡고물에 대한 체험과 향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었다. 


물론 지금은 '김영란법' 등으로 인해 그러한 연줄을 이용한 청탁이 많이 어려워졌지만 그에 대한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지 않나 하는 진단이었다.


그 외에 우리나라 특유의 '집단주의'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서울대를 몇 명 배출한 것은 우리 학교의 성공이고, 나 역시 그 학교 학생의 일원이기 때문에 곧 나의 성공이라는 등식의 성립은 자신이 서울대에 가지 못했지만 서울대에 열광하는 원료로 쓰인다.


국가주의, 지역주의, 동문주의 등 모든 것이 이러한 '집단주의'의 또다른 양태이다보니 결국 개개인의 이익에 앞서 그러한 집단의 이익을 마치 자신의 이익인양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막강한 원인을 꼽자면 그것은 '희망'때문이다. 


[이재명과 기본소득 / 오마이북] 저자 최경준기자는 이재명지사와 인터뷰 한 내용 전문을 책 말미에 싣고 있다. 그 중 한 질문이 상위 2%만 내는 종부세에 대한 무주택자의 저항이 큰 까닭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언젠가는 내 집을 갖고, 그 집값이 폭등해서 부자가 된다면'이라는 '희망'을 갖는 이들이 자신의 '희망'이 짓밟힌다는 느낌을 갖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그 당첨확률이 낮은 '로또'에 기대어 살아가는 심리와도 일맥상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1등과 부자를 걱정하고 지지하는 심리는 그들의 승리를 자신의 승리로 등치시키며, 언젠가 자신도 그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떡고물이 떨어지리라는 기대도 한몫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심리가 비이성적이며,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생각을 깰 수 있을까? 그것이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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