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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배 May 19. 2021

[어머니는 짜장면이 좋다고 하셨어...]

god의 인기곡 '어머님께' 가사에는 분명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인데, 우리 엄마는 짜장면이 좋다고 하신다.. 


코로나 19 백신 2차 접종일이다. 마침 부처님 오신 날 휴일이어서 어머니를 접종장에 모셔다 드리는 김에 점심을 함께 먹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집까지 오지 말고, 접종장 근처에서 만나자고 하셨을 엄마가 이번에는 집으로 데리러 오라고 하셨다.


아들 준다고 옥상 텃밭에서 손수 가꾼 열무로 김치를 담갔는데 그걸 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땅콩도 볶아서 한가득 챙겨 주셨다.


엄마 점심을 뭘 사드릴까 고민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는 그냥 짜장면이 좋다고 하셨다. 게다가 아들 마음까지 배려해서... 그 집이 짜장면이 맛있다고 해서 꼭 한 번 더 가서 먹고 싶었는데 그동안 못 갔다는 말을 덧붙였다.


좀 더 좋은 음식, 비싼 음식을 사드릴 수 있는데, 어머니는 한사코 짜장면이 좋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면 노랫말처럼 엄마 역시 짜장면이 싫다고 하신 적이 있다. 지금부터 40년도 전에 나 국민학생 시절에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날은 엄마 곗날이었다. 곗날 동네 짜장면집에 모여서 모두가 짜장면을 드셨는데, 그때 엄마는 꼭 우리를 데려다가 대신 먹이셨다. 그때는 싫다고 하셨던 짜장면이 왜 지금은 좋으신 것일까?


짜장면 집에 종업원이 메뉴판을 건네자 엄마는 간짜장도 있냐고 내게 물으셨다. 메뉴표에서 간짜장을 찾아서 보여드렸더니 금세 그냥 짜장면을 드시겠다 했다. 


짜장면 5,500원 / 간짜장 7,500원 


그리고는 당신은 짜장면이면 충분하다고 다른 것은 시키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내 눈치를 슬쩍 보며 나 먹고 싶으면 다른 것 더 시키라고 하셨다. 난 엄마 말대로 엄마는 짜장면을 시켜드리고, 난 간짜장을 시켰다. 나 역시 간짜장을 먹어 본 지 정말 오래되었다.


엄마는 살짝 내게 말씀하셨다.


"지난번보다 500원 올랐네.."


지난번 친구분과 왔을 때는 짜장면이 5,000원이었나 보다. 

짜장과 간짜장이 차례로 나왔다. 난 앞접시에 간짜장을 덜어서 어머니를 드렸다. 어머니는 짜장이나 간짜장이나 똑같다면서도 둘 다 잘 잡수셨다.


접종센터에 모셔다 드리고 순서를 기다렸다. 주신 김치를 집 냉장고에 갔다 두고 다시 오겠다니 펄쩍 뛰시며 올 필요 없다 한다. 그냥 지난번처럼 버스 두 번 갈아타고 집에 가면 되는데 뭐하러 오냐고 절대 오지 말라고 하신다. 아직 당신 두 다리 건강하니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을 덧붙이신다.


친구분 아들이 효자인 이야기를 그리 하시면서도, 본인이 박복하다는 말씀을 하시면서도, 결국 이야기 끝에는 자식 걱정이 앞선다. 자식 힘들까 봐 당신을 위해서 자식이 뭔가를 하는 것은 절대 싫다고 하신다.


참 어렵다. 늘 그렇지만 그 말씀을 그대로 들어 들여야 하는 것인지? 말씀을 듣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청개구리의 심정이 그런 심정 아니었을까 싶다.


2차 접종 무사 무탈하게 잘 마치고,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자식 걱정 말고 당신 여생이나 편하게 즐기셨으면 좋겠다. 


"친구고 뭐고 아무 소용없다. 결국 자기 피붙이뿐이다."라고 엄마는 말씀하시지만, 사실 피붙이도 뭔 소용이 있나 싶다. 그냥 각자 자기 인생 알아서 잘 사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뭘 어떻게 해드릴 수도 없고, 해주길 바라는 것도 그저 욕심일 뿐이다.


참 못된 자식이지만 그냥 그게 냉정한 현실이다.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0에서 출발해야 0이 본전이어야 서운함도 아쉬움도 없다. 1이라도 생기면 고마운 것이 된다. 출발이 100이면 다 못마땅하고 괴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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