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배 Jun 16. 2021

위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위로가 필요 없어진 순간

아이는 한껏 들떠 있었다. 면접시험을 잘 봤다고 했다. 면접관이 특별히 넌 합격하면 나한테 와서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며 즐거워했다. 전화기 너머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가 활기찼다. 덩달아 우리 부부의 가슴도 벅차올랐다.


프랑스에 가 있는 아이가 이제 대학을 마치고, 그랑제꼴 시험을 치른 소식을 오랜만에 전해왔다. 회사에 다니며 공부까지 병행하는데 다행히 힘든 내색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하니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아이는 2주 후에 결과가 나온다는 말로 통화를 맺었다. 


어느새 2주가 흘렀다. 토요일, 일요일이 다 가도록 카톡 문자도, 보이스톡도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무심한 아이이니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자꾸 흐를수록 혹시 결과가 좋지 않아 아이가 낙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렇다고 채근하듯이 물어볼 수도 없고 참 난감했다.


머릿속으로 혹시나 떨어졌으면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 우리 부부는 농담 삼아..

"에구.. 별 일 아니야..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뭐 그깟 학교 떨어졌으면 안 가면 그만이지.. 그냥 털어버려... 정 힘들면 그냥 한국으로 돌아와.."

이렇게 위로를 할까 싶다가도 아이가 그동안 들인 정성과 열정을 알기에 선뜻 그 말이 위로가 될까 싶었다..


월요일에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 우리 부부 사이의 말도 끊겼다. 어떻게 아이의 마음을 다독거려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수업하는 6학년 아이들에게 슬쩍 고민을 털어놓았다. 너희들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래? 어떻게 해야 위로가 될까?


"100만 원을 보내줘요!"

"구찌 명품을 사줘요!"


남자아이들이 장난반 희망반 그런 이야기를 했다.


"아직 상황을 정확히 모르니 넌지시 우회적으로 물어봐요."


나는 우리 부부가 나눴던 위로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아이들은 안될 소리라고 했다. 얼마나 노력했을 텐데 그렇게 말하면 실망이 더 클 거라 했다.


참 이상하다. 나 역시 많은 실패를 겪었을 텐데, 그때 어떤 위로가 필요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니 말이다.


비가 올 때 우산을 씌어주는 사람보다, 비를 함께 맞는 사람이 진짜 공감을 하는 사람이라는데 이런 경우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결국 늘 어려운 문제는 나보다 훨씬 공감력이 뛰어난 아내가 맡았다. 


그리고 아내에게 톡이 왔다.


"그랑제꼴 합격했대"


"뭐? 진짜?"


"발표가 화요일이었대."


아, 그 순간 위로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던 마음이 싹 사라지고, 반가움과 감사가 일었다. 


결국 나는 위로를 어떻게 해야 하나 배우지 못했다. 이제 축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즐거운 고민..


위로할 일보다 축하할 일이 많은 세상을 살기 바란다. 하지만 결코 그럴 수 없음을 알기에 적절하게 위로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반 백 년을 살면서 못 배운 위로인데, 과연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이전글 제 2차 전국민재난지원금 조속한 보편 지급 촉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