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텃밭의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수확이 아닐까?
겨울 동안 거름으로 흙을 기름지게 만들고,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 내내 열심히 물을 주고, 영양분도 주고, 순도 따주고, 솎아도 주면서 정성을 들인 그 보상이 수확이니 텃밭 가꾸기의 절정, 클라이맥스는 '수확'이리라.
수확일이 가까이 오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물을 주면서 '잘 자라라' 콧노래도 불러주는 여유로움까지 있었지만, 열매들의 색깔이 하나둘씩 변해가지 시작하면 이걸 언제 따먹나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땅속에 파묻혀 있는 작물들은 그나마 눈에 보이지 않아서 기다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지만, 오이, 호박, 토마토, 블루베리 등의 열매들은 익어가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참기가 참 힘들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인내심 테스트가 아닐까 할 정도다.
그중에서도 토마토는 특히 어려운 것 같다. 빨갛게 익어서 따 달라고 유혹하는 열매를 따보면 아직 단맛이 충분치 않거나, 좀 더 기다려야지 하고 내버려 두었다가는 매달린 채로 쩍 갈라져서 말라버린 경우도 있다. 덜 익은 토마토는 꼭지 부분을 따려고 해도 쉽게 떨어지지 않지만, 아주 잘 익은 토마토는 손으로 툭 치기만 해도 '똑'하고 떨어진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 '공부도 때가 있다'이다. 하지만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지 않았다. '배움은 끝이 없는 것이지' 하면서 이 말을 무시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공부'라는 것을 '배움'과 혼동해서 생긴 오해 같다. 사람들이 말하는 공부는 학생시기에 집중적으로 하는 공부를 말하는 것이고 배움이란 일생에 걸쳐 여러 가지 형태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다. 사실, 공부도 때가 있다는 말을 영어공부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 했었다면 금세 외웠을 단어도 30대 후반에 와서 외우려고 하니 어릴 적만큼 쉽지 않았다. 언젠가는 외워지겠지만 더 많은 시간과 집중이 요구되기에 효율성이 학생때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이 듣고 자랐음에도 왜 그때는 이 말이 고깝게 들렸는지. 지금 생각하면 이유 없는 반항심 같은 거였으리라 짐작된다.
텃밭 일에 있어서도 '때'가 참 중요하다.
때에 맞춰 씨를 뿌려야 한다. 봄에 뿌릴 씨앗을 늦여름에 뿌리면 그만큼 태양볕을 받고 자랄 시간이 줄어들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거나, 작물을 너무 일찍 심어서 차가운 흙 때문에 새싹이 나오지 않는다든지 하는 경험이 있다. 한창 자랄 시기에 물을 제때 주지 않아 오이의 모양이 들쑥날쑥 해지기도 하고 영양분을 제때 공급하지 않아 부실한 열매가 열린 경험도 있다. 수확 시기를 놓쳐 잎들이 질겨진 경우도 있도 수확을 너무 빨리해서 설익은 달지 않은 사과를 맛본 적도 있다. 그러고 보니, 이 모든 것들이 '때'를 생각지 않아서 생긴 일들이다.
텃밭처럼 '때'가 중요한 것이 우리의 삶일 것이다.
우리의 삶이 때를 놓친 텃밭의 채소, 과일처럼 항상 불행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또한 그 '때'라는 시기도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른 것이 우리 삶의 '때'가 아닐까? 무엇보다 우리의 삶은 자연과는 달라 정해진 때가 없으니 자신만의 적정한 시기를 찾아가는 것도 중요한 인생의 계획이 될 것 같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 때인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