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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팅베터 Sep 11. 2020

구글 번역기와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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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직업 특성상 이메일 속 언어는 대부분 영어다. 평상시 늘 사용하던 표현들, 늘 사용하는 용어를 이용하여 이메일을 작성한다. 이메일 작성하면서 표현이 막힐 때면 사전을 찾아보고 , 예문도 읽어 보고 나서 이메일 작성을 마무리한다. 주변에 다들 그렇게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우연히 동료가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여 화면의 반은 한글, 화면의 반은 영어로 되어있는 창에서 내용 작성하는 것을 보았다. 필자는 사용해본 경험은 없지만, AI가 잘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영어 이메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한 번쯤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왜 이렇게 비슷하게 이메일을 작성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스스로 묻는다. 정말 이 표현들이 맞는 표현일까. 아니면 왜 이렇게 형식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이메일을 적어야 할까. 영어에 네이티브가 아니기에 전화영어 원어민 강사에게 수업시간에 물어보기도 한다. 내가 의심했던 대부분의 표현들은 틀리거나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고 하였다.


필자가 번역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번역하면서 잘못된 내용이 전달될까 하는 의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영어로 말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듯, 영어로 이메일 작성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기에, 자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에 번역기 사용을 하지 않는다. 편하긴 하겠지만 나의 영어 실력에 도움을 주지 않을 것 같아 사용하기가 망설여진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욕구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니 조금은 다른 면이 보였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남들 다 가지고 다닌다는 Voca 책을 사본적이 없다. 단어를 외우는데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어의 의미를 기계적으로 외우듯 알아야 한다는 그 사실 자체가 싫었기 때문이다. 각각의 상황마다 단어의 뜻을 머릿속에 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도 해보았고, 그 외웠던 그 단어의 여러 가지 의미들이 내가 진정 필요로 할 때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단어=암기"라는 말이 싫었다.


그리고 특정 단어가 어렵다고 하는 말을 자주 들었었다. 그 어렵다는 말은 단어의 길이가 긴 단어였다. 단어의 길이가 길면 어려운 단어이고, 단어의 길이가 짧으면 쉬운 단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내게 그 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단어를 익힐 때 그 단어의 길이와 상관없이 익힌 터라 나에게는 그 말이 생소하였던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어려운 단어를 나는 이렇게 정의 내렸다.


"그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연 설명이 필요한 단어가 어려운 단어이지만, 단어의 길이와 단어의 어려움 정도는 비례하지 않는다."


Voca 책과 문법책, 문제집 위주로 공부하든 중고등학생 시절에, 필자의 영어공부는 리딩 책만 보았다. 각 페이지마다 다른 주제와 다른 내용으로 이루어진 책으로, 주로 한 페이지 정도 되는 지문을 읽으면서 이런 내용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통해 찾아보는 게 영어공부의 전부였다. 남들처럼 영어를 시험공부하듯이 해보지는 않았다.


뜬금없이 문학시간이 생각났다. 문학책에 밑줄을 긋고 그 뜻을 받아 적어라고 해서 받아 적었던 기억이 있다. 받아 적은 내용들을 외워서 시험에 대비하는 게 보통의 학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밑줄 그으진 그 문장들의 의미가 꼭 한 가지의 의미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여지를 주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문학시험이 어려웠다. 정답과는 다르게 답을 찾는 아이 었으니까.


전화영어를 수강하면 보통 일주일에 하나의 첨삭지도를 받을 수 있다. 에세이 형식의 글을 적고 저장하면, 원어민 강사가 첨삭해주는 시스템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받는 첨삭지도 11년간 받으니 개수가 570개 이상이다. 그 효과 때문인지 영어 이메일 작성이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똑같은 것. 형식적인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밋밋한 문장이 될 수 있는 글들을 좀 더 세련되게 적고 싶은 욕심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글 번역기가 더 좋아질 거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의존적이지 않은 영어 이메일 작성을 위해서 번역기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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