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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을 맞이해서 올해도 매년 해오듯이 독서노트에 책 읽기 목표를 작성했다. 목표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3페이지가량 쓰는 행위를 한다.
" ***권 이상 읽기 , 읽고 싶은 장르를 적고, 읽어야 할 책 리스트도 옮겨 적는다."
책 읽기 목표 중에서 "***권 이상 읽기"는 목표를 잡을 때마다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재독, 정독, 완독, 책의 깊이, 책의 페이지 등에 따라 읽은 책의 수량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목표량보다 나에게 중요한 가치들이 남아 있는지가 중요하기에 그 목표량은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그래도 계산을 해보면 목표대비 80% 정도 수준으로 읽고 있는 것 같다. 두 자릿수가 아닌 게 다행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독서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물론 독서 노트를 작성하기 전에도 물론 책을 읽었다. 언제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기억을 하려고 해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제임스 설터의 책 제목과 같이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인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언제 어떤 책을 읽었고, 그 책에 대한 나의 생각과 느낀 점은 기록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독서도 중요하지만 매번 놓치지 않고 한 줄을 적더라도 독서노트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독서노트를 처음 작성할 당시에는 책 제목 앞에 1부터 숫자를 붙였다. 그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본인에게 뭔가 많이 채워지는 기분이 좋았고, 어떻게든 그 숫자를 빠른 시간에 늘리고 싶었다.
그래서 속독법에 빠져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읽을까 고민도 하고 실행에 옮기기도 해 보았다. 당연히 빨리 많은 양을 빠른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자 읽는 속도와 필자가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과의 시간차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결국 필자 CPU의 한계로 속독법은 그때 이후 더 이상 시도하지 않는다.
요즘은 일부러 서둘러서 읽지 않고. 5분을 읽더라도 읽기 시작하면 집중해서 읽으려고 노력한다. 에어 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처럼 책장을 펼쳐을 때 뭔가 다른 공간에 나 혼자 있는 느낌이 들도록 최대한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충분히 천천히 읽었다고 생각하였지만, 생각보다 빨리 읽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단어, 문장, 단락의 읽기에 급급했던 과거의 서투른 모습에서 작가의 의도를 읽고, 작가의 논리와 판단에 합리성이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읽는다. 중간중간 책에 메모해두었던 나의 생각들은 나중에 독서노트에 옮겨 적음으로써 한 번 더 그 내용을 상기시켜본다. 독서가 온전히 읽는 행위만은 아니기에 쓰기 위해 읽고, 읽기 위해 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독서노트 또한 쓰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한동안 글쓰기에 손을 놓았다가 요즘 들어서 다시 글쓰기를 한다. 나름 읽는 인간 모드로 전환하고 싶기도 하고 아직 부족한 면이 많아 채워야 할 부분을 채우기도 하였다. 쓰기보다는 읽는 시간을 많이 하면 좀 더 깊고 나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읽기에 집중하였다. 몇 달의 짧은 기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적절한 읽기와 적절한 글쓰기가 병행하는 게 더 나은 글쓰기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은 많지만 표현할 수 있는, 표현해야 할 대상을 찾지 않았기에 나의 글쓰기는 정체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