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8년 경력의 캠퍼다. 오랫동안 전국으로 캠핑을 다녔기에 텐트도 여러 번 바꾸었고, 캠핑 장비들도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해서 많아졌다. 부피도 작고 가벼운 물건들로 다시 구매를 해도 개수가 많아지다 보니 차에 짐을 옮기기 위해서는 테트리스 놀이하듯이 해야만 모든 짐을 실을 수 있을 만큼 많아졌다.
캠핑 장비는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캠핑 갔을 때 날씨는 거의 대부분 좋지 않았다. 맑은 날 출발해도 캠핑 중에 비가 오는 날이 비가 안 오는 날 보다 많았다. 더 최악인 건 텐트를 접고 가야 하는 날에 비가 오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기상상태를 잘 파악해서 간다고 해도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비하기란 쉽지만은 않았다.
캠핑장비를 애지중지 아끼지는 않지만 비 오는 날씨에 캠핑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부담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 좋지 않은 텐트로 캠핑을 다니면서, 밤이나 새벽에 비바람을 맞으면서 폴대, 팩, 로프 등을 손봐야 했던 기억들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어떤 날씨에도 견딜 수 있는 텐트라서 비바람을 맞을 일은 없지만 마음의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래서 캠핑을 가는 날 날씨에 아주 민감해져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영주에 2박 3일간 캠핑을 갔었다. 아침에 맑은 날 출발한 게 아니라, 비가 많이 오고 있음을 알고 출발했다. 맑은 날 출발했다면 가는 도중에 비가 오면 어떻게 할까 생각이 많아졌겠지만, 비가 오는 걸 알고 가니 오히려 마음이 더 홀가분해졌다.
도착해서 비가 오면 예상 그대로이고, 비가 그치거나 맑으면 기분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참 편했다. 텐트에 물이 묻어 젖는다는 것에 내가 캠핑 생활 동안 너무 집착한 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의 짐을 내려놓은 듯, 캠핑의 날씨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다.
다행히 도착하니 비는 오지 않았다. 기분이 좋았다. 땅은 조금 젖어 있었지만, 나의 마음은 뽀송했다.
언제부터인가 캠핑의 본질보다는 날씨에 대한 생각으로 집중을 잘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었기에 처음 캠핑을 갔을 때 설레고 좋았던 기억들이 생각났다. 캠핑에 날씨를 내려놓으니 그 설레었던 마음이 되살아 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