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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팅베터 Sep 23. 2022

9년 만의 아이

8월부터 육아휴직을 하고 있다.

뒤늦게 안기게 된 아기를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가장 빠르게 시간이 흘러갈 것만 같은 시기에 아빠로서 아기와 같이 있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다가 휴직을 하였다.

1년 후 복귀를 한다고는 하였지만, '인생은 변수'인 관계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것 같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함께 지내는 것을 목표로 여러 가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기웃거린다. 어느 것은 성과가 있는 반면 어느 것은 노력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아이의 커 가는 과정을 보지 않고 밖에서만 맴돌기 싫은 것이 큰 이유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나를 보곤 한다.


시작은 평범했다. 남들이 흔히 하는 나이대에 결혼을 하였다. 부부로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아이를 늦게 가지게 되었다. 지역, 시간, 날짜와 상관없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가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가곤 했기에 충분히 부부로서 즐길건 즐기고, 보고 싶은 것도 많이 보곤 다녔다.  그래서 남들은 우리를 보고 딩크 족이 아닐까 생각도 했을 것 같다. 어제 잠이 오지 않아서 사진첩을 보았다. 수많은 추억의 장소에서 대부분 좋은 감정들로 남아 있는 사진을 보니 아이에게 전해줄 수많은 이야기를 안고 있는 지금의 내가 어쩌면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같이 추억을 만드는 것도 물론 좋지만, 부부로서 만들어 놓은 추억을 전달해주는 것도 아이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9년 만의 아이라. 주변에서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 양가 집안에서의 아이에 대한 생각은 있었겠지만 우리에게 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참으면서 우리에게 말하지 못했던 그 마음을 생각하면 조금은 짠하기도 하다. 새 생명에 대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태도를 보니 그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물론 우리도 애타게 기다리면서 9년을 기다린 건 아니었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제는 우리 부부만을 위한 인생을 살 것인가. 아니면 셋과 함께 인생을 살 것인가 고민하는 시기는 상대적으로 짧았다.

가지지 못하면서 늦은 나이에 후회를 하는 것이 우리만 사는 것보다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늦은 나이지만 자연스럽게 온 지금 새 생명에 대한 감사와 책임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1~2년 후 아이를 가진 부부들은 우리를 보고 뒤늦게 고생을 할 것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육아의 최종 목표는 독립이라고 하지만 일찍 가진 아이의 부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고생이 끝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내가 가진 생각은 많이 달라서 하나하나 반박하지 않는다. 새 생명을 대하면서 접하게 되는 스트레스, 고생 이런 단어들을 떠올리기 싫다. 이유는 우리가 선택한 책임에 대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얼굴을 보니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매일 아이의 몸무게를 측정하기 위해서 아이를 안고 체중계에 오른다. 둘이 합쳐진 몸무게는 변함이 없지만 아이는 놀라운 속도로 몸무게가 늘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난 7kg 이 빠졌다. 나의 피와 살을 떼내 아이에게 주는 건 아니지만, 어쩌면 하루에 조금씩 늘어가는 아이의 몸무게를 보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어쩌면 내가 가진 일부분을 조금씩 떼어주면서 살아가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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