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처럼 빛나는 나이

젊었을 때의 금빛처럼 빛나진 않지만

by 게팅베터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새벽 5시면 공원에서 맨몸 운동을 한다. 벌써 12년째 운동을 하고 있다. 보디빌딩 대회를 경험이 있는 만큼 항상 나의 몸에 관심이 많아서 학창 시절부터 시작한 운동이 불혹인 지금까지 하면서 몸상태를 항상 좋은 상태로 유지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몸이 건강하고 아직 젊으니까 나의 나이에 상관없이 몸에 대한 기준이 꽤 높았다.

내가 바라보던 몸의 기준은 나이가 들어도 적절한 근육과 체지방을 유지하면서 상체 및 하체의 신체적 밸런스를 유지하는 몸이다. 나의 기준이 완벽해서 보통사람에게는 쉽게 맞춰질 수가 없을 것 같다. 그 완벽하고 엄격한 기준을 깨준 사람은 나와 같은 장소에 이미 있던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난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사는 곳은 노인이 많다. 매일 새벽 공원에 있으면 무리를 지어 운동하러 나오신 노인들이 많다. 지금은 날씨가 따뜻해졌지만 추운 겨울에도 나와서 운동도 하고 서로 대화를 하는 모습을 매일같이 본다. 공원에 있으면 겉보기에도 아픈 몸이지만 운동을 하러 나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집에서 편하게 쉬는 게 건강을 위해서 더 낫지 않을까 생각을 하곤 했다. 노인들과 같은 공간에서 있으면서 요즘은 나의 생각이 점차 바뀌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비록 몸은 불편해졌만 생활 운동도 할 수 있고 운동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공원에 나와서 서로의 소식도 주고받는 소통창구 같은 역할을 위해서도 새벽시간에 나와 계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난 공원에 나오는 이유가 맨몸운동지만 노인들은 꼭 운동이 아니어도 서로의 소식을 묻고, 운동이 아닌 바깥 바람을 쇠러 오시는 것일수도 있다.


처음엔 이런 모습들이 나에게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내가 아직은 젊고 건강하기에 다른 사람들, 특히 나이드신분들에게 관심이 크게 가지진 않았다. 1년 전 [노인 스포츠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부터 차츰 나의 생각도 달라지기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 들어감에 따른 몸의 변화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같은 장소, 같은 사람들이지만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도 공원이라는 공간에서 같이 지내고 아픈 몸이지만 노인 나름대로 운동을 하면서 나이 들어도 생활은 가능하다는 걸 1년 동안 몰랐다는 사실에 내가 너무 무지하고, 감정이 없었다는 게 반성하게 되었다. 이론적으로 나이 들어감에 따른 몸의 변화를 배우고 어떤 운동으로 어떻게 적용할지를 머리로는 알지만 내가 가슴으로 느끼질 못했나 보다. 내가 노인의 입장이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으면 좀 더 일찍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이가 들어도 완벽한 몸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 내가 정해 놓은 이상적인 몸에 관한 표준이 내가 바라보는 노인에 대한 생각을 왜곡시키는 역할을 했었다. 나 또한 아직은 젊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흘러간 시간들이 숫자로는 나이를 말해주지만, 몸으로는 젊고 왕성하진 않지만, 그 나름대로 생활하고 즐길 수 있는 몸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마음의 나이, 몸의 나이, 숫자의 나이가 같으면 좋겠지만, 그게 같지 않더라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젊었을 때의 금빛처럼 빛나진 않지만 나이가 들어도 은빛처럼 빛나면서 나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 늙음, 노인이라는 단어를 연결하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있다는 걸 생각조차 못했다는 게 부끄러웠다.

작가의 이전글자본주의 글쓰기 vs 진심 어린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