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여자
한때 아내와 색깔의 연관관계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그때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는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지도 않았었다. 하루는 아내가 본인을 색깔로 표현하면 무슨 색깔이냐고 물었다.
난 "보라"라고 대답했다. 휴대폰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밝은 음성의 하이톤을 느낄 수 있었다.
"보라"라고 대답을 하니. 색깔별로 남편이 생각하는 아내의 의미가 담겨 있는 내용을 내게 들려주었다.
주변의 친구들은 "빨강"이라는 말을 듣고 남편에게 실망과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아내도 "빨강"이 제일 안 좋다고 말했다. 필자가 보기엔 남도 아닌 아내인데. 그중에서도 "보라" 또는 "주황"을 선호한다고 하였다.
빨강 - 그냥 마누리
주황 - 애인 같은 마누라
노랑 - 동생 같은 마누라
초록 - 친구 같은 마누라
파랑 - 편안한 사람
남색 - 지적인 여자
보라 - 섹시한 여자랍니다
아내가 내게 왜 "보라"라고 했냐고 묻길래.. 보라색과 이미지가 어울린다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한번도 사람에 대해 색깔로 정의 내려 보진 않았다. 그래도 필자는 항상 생각하고 있었나 하고 스스로 생각했다.색깔별로 아내의 의미를 정의한 이 자료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잘 몰라도, 아내들은 상당히 민감한 것 같았다. 논리적 근거는 없지만 이런 사소한 것에도 미묘한 감정 변화를 느낀다는 걸 알았다.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은 다툼이 있었지만, 차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양보와 배려, 이해를 바탕으로 아내를 다시 바라보면서부터 다툼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 물론 아내도 나와 같은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나는 아니지만 아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결혼했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는다고 내게 말한다. 사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겐 아내로서 아내가 아니라 여자로서 아내로 생각하고 살고 있었던것 같다.
보라색 다음으로 좋은 색갈은 “주황” 이라고 했다. 아내 주변에 "주황"은 있어도 "보라"는 없다고 했다. 그녀의 친구들은 왜 아내가 "보라" 인지 궁금함과 의심을 가지고 물어본다고 한다. 말은 안 하지만 부러움과 시샘을 동반한 물음이었을 것이다. 한 친구는 전화 통화를 하고 끝낼 때 "야! 보라"라고 한다고 했다. 그 친구는 "빨강"이다.
한 번씩 보라색 티를 입고 있는 아내를 보니, 아내와 색깔의 연관관계에 대한 논쟁이 생각났다. 모두 그렇진 않겠지만 평소에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스스로 뒤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보라"라는 대답으로 아내에게 많은 점수를 얻었다. 그리고 아내가 뭘 좋아하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