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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팅베터 Jun 12. 2020

보라색 아내

섹시한 여자

 한때 아내와 색깔의 연관관계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그때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는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지도 않았었다. 하루는 아내가 본인을 색깔로 표현하면 무슨 색깔이냐고 물었다.

난 "보라"라고 대답했다.  휴대폰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밝은 음성의 하이톤을 느낄 수 있었다.

"보라"라고 대답을 하니. 색깔별로 남편이 생각하는 아내의 의미가 담겨 있는 내용을 내게 들려주었다.

주변의 친구들은 "빨강"이라는 말을 듣고 남편에게 실망과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아내도 "빨강"이 제일 안 좋다고 말했다. 필자가 보기엔 남도 아닌 아내인데. 그중에서도 "보라" 또는 "주황"을 선호한다고 하였다.


빨강 - 그냥 마누리

주황 - 애인 같은 마누라

노랑 - 동생 같은 마누라

초록 - 친구 같은 마누라

파랑 - 편안한 사람

남색 - 지적인 여자

보라 - 섹시한 여자랍니다


아내가 내게 왜 "보라"라고 했냐고 묻길래.. 보라색과 이미지가 어울린다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한번도 사람에 대해 색깔로 정의 내려 보진 않았다. 그래도 필자는 항상 생각하고 있었나 하고 스스로 생각했다.색깔별로 아내의 의미를 정의한 이 자료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잘 몰라도, 아내들은 상당히 민감한 것 같았다. 논리적 근거는 없지만 이런 사소한 것에도 미묘한 감정 변화를 느낀다는 걸 알았다.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은 다툼이 있었지만, 차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양보와 배려, 이해를 바탕으로 아내를 다시 바라보면서부터 다툼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 물론 아내도 나와 같은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나는 아니지만 아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결혼했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는다고 내게 말한다. 사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겐 아내로서 아내가 아니라 여자로서 아내로 생각하고 살고 있었던것 같다.


 보라색 다음으로 좋은 색갈은 “주황” 이라고 했다. 아내 주변에 "주황"은 있어도 "보라"는 없다고 했다. 그녀의 친구들은 왜 아내가 "보라" 인지 궁금함과 의심을 가지고 물어본다고 한다. 말은 안 하지만 부러움과 시샘을 동반한 물음이었을 것이다. 한 친구는 전화 통화를 하고 끝낼 때 "야! 보라"라고 한다고 했다. 그 친구는 "빨강"이다.  

한 번씩 보라색 티를 입고 있는 아내를 보니, 아내와 색깔의 연관관계에 대한 논쟁이 생각났다. 모두 그렇진 않겠지만 평소에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스스로 뒤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보라"라는 대답으로 아내에게 많은 점수를 얻었다. 그리고 아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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