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디의 대꾸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오네요. 기분이 안 좋은 건 아니지만 평상시보다는 다운되네요. 나의 기분과 바깥 날씨의 축축함이 연결되기도 하고 오늘은 좀 덜 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며칠 전 읽은 책 크리스마스 캐럴이 생각나네요
[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의 유령 이야기]를 요약해보면, 크리스마스이브에 구두쇠 스크루지는 옛 동업자인 말리의 유령을 만난다. 말리의 유령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 세 유령이 스크루지의 집을 방문하여 스크루지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과 크리스마스 풍경, 서민의 삶을 세 유령과 같이 제삼자의 입장에서 관찰한다. 자신의 과거에 했던 행동들에 대해 반성하게 되고, 차츰 구두쇠가 아닌 인자한 사람으로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이다.
종교적인 날에 불과했던 크리스마스를 말리의 유령에 의해 세 유령(과거, 현재, 미래)을 통해 스크루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개과천선하고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고, 가진 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도와주는 사회적 진보에 대한 나눔의 철학을 실현했다고 한다. 그때의(1843년) 크리스마스의 가치를 현대화해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철학 전통이 내려오게 한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위대한 작품이라고 역자는 말한다.
이 소설은 세 유령을 통해 스크루지 자신의 과거의 행동을 반성하게 만들고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책을 다 읽고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책의 온기를 느끼면서 나에겐 개과천선이라는 내용보다는 프레디의 그 한마디가 머릿속을 맴돈다.
구두쇠 영감 스크루지가 5촌 조카인 프레디에게 말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네가 무슨 자격으로 즐겁다는 거냐? 즐거울만한 이유라도 있는 거냐? 가난뱅이 주제에
프레디가 대꾸한다
아저씬 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시무룩하세요? 침울한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부자이시면서
우리는 보통 좋은 이유가 있어야 즐겁다고 한다.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시무룩하지, 어떤 자격이 있어야지만 시무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 프레디의 생각대로라면 기분이 안 좋을 이유보다는 좋을 이유가 더 많이 있을 것이다. 한 번씩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다.
외부적인 이유보다는 내부적인 요인이 대부분이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안 좋을 때도 있고, 나의 모습이 싫어질 때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두 권 정도 읽고 집에 오는 길에는 운동을 하면서 푼다. 그러는 동안 왜 기분이 안 좋아졌는지 이유도 분석한다. 이유를 찾고 좋아지는 방법을 찾을 생각만 했었던 것 같다. 사실 난 시무룩할 자격이 없는 기분 좋은 사람인데도